'판사'에서 '피의자'로... 법원행정처 2년 근무하며 사법행정권 남용 '손발' 됐나
상고법원 반대 판사, 대법원 판례 깬 판사 등 뒷조사하고 대응방안 문건 작성
법원행정처 문서파일 2만4천500개 무단 삭제한 혐의로 압수수색영장 발부돼

[법률방송뉴스] 현직 부장판사가 법관사찰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오늘(8일)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사법농단 의혹 수사 관련 현직 판사가 검찰에 불려나온 건 오늘이 처음입니다.

소환된 부장판사, 어떤 혐의들을 받고 있는지 소환 의미와 법원 입장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취재했습니다.

신새아 기자의 '심층 리포트'입니다.

[리포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오늘 ‘법관 사찰’ 등 의혹 문건들을 작성한 창원지법 김모 부장판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습니다.

법정에서 피고인들을 단죄하기만 했던 ‘판사’에서 조사를 받기 위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불려나온 김 부장판사는 당혹스런 표정으로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김모 부장판사]

“판사 뒷조사 문건 누구 지시로 작성했나요”

“...”

김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지난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만 2년간 요직인 법원행정처 기획 제1·2심의관으로 근무했습니다.

이 기간 김 부장판사는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칼럼을 언론에 기고한 판사를 뒷조사한 ‘차OO 판사 게시글 관련 동향과 대응 방안‘ 문건을 작성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아울러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판사 모임이나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선거 동향 등 다수의 법관 사찰 의혹 문건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긴급조치 배상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깬 법관에 대한 징계 추진 문건 작성 등,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일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의 '손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또 법원 정기인사일인 지난해 2월 20일 오전, 자신이 쓰던 법원행정처 PC 문서파일 2만 4천500개를 무단 삭제한 공용서류손상 혐의도 함께 받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검찰은 지난 3일 김 부장판사의 창원지법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관련 법원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외에 전·현직 판사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내준 건 김 부장판사가 유일합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의혹의 핵심인 문건 작성 관련한 영장은 기각하고 공용서류손상 혐의에 대한 영장만 내줬습니다.

이 때문에 법원이 어쩔 수 없이 영장을 내주긴 했지만 ‘반쪽짜리 영장‘을 내줘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를 가로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법원 안팎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법원은 앞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행정처 심의관 등을 지낸 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연거푸 기각한 바 있습니다.

[김덕 변호사 / 법무법인 현재]

“그나마 영장을 발부한 것도 공용물 훼손 혐의 이걸로만 제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법농단의 핵심 범죄혐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 식구 감싸기’ 식의 행보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

김 부장판사는 법원 자체 조사에서 “대부분 문건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지시로 작성했고 일부는 임 전 차장이 불러주는 대로 적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확인이 어렵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

“저희가 말씀 드릴 수 없는 게, 다 비실명화 되어 있거든요. 비실명화 됐기 때문에 그분이 그분인지도 확인이 어려운 거죠. 그렇게 이해를 해주시면...”

잇따른 영장 기각으로 법원이 수사를 가로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 사항”이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

“지금 현재 그 모든 것이 수사 진행 상황이어서 저희가 어떤 말씀을 드릴 수 없다... 법률방송 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에 대해서도...”

검찰은 내일 오전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관련 대법원과 청와대의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소환 조사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구속기한 만료로 지난 6일 구치소에서 풀려난 김기춘 전 실장은 석방 사흘 만에 다시 검찰에 불려나오게 됐습니다.

공개 소환. 검찰이 현직 부장판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며 이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다분히 법원을 향한 모종의 메시지를 던진 측면이 강합니다.

검찰이 김 부장판사를 디딤돌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실체와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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