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해외 비자금' 뒷조사에 국정원 대북공작금 사용
특가법상 뇌물·국고손실 혐의... 검찰, 징역 8년 구형
법원 "범죄사실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 1심 무죄 선고
검찰 "불법 요구 실행에 무죄... 도저히 수긍 못 해"

[법률방송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김대중 전 대통령 뒷조사를 벌였다는 이른바 ‘데이비드슨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 대해 1심 법원이 오늘(8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오늘 '앵커 브리핑'은 국정원 해외 공작 얘기 해보겠습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구속기소된 상태에서 풀려난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딱딱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법원을 떠났습니다.

소감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엔 일절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받는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국고손실 혐의입니다.

국고손실은 지난 2010년 5월에서 2012년 3월 사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의혹 뒷조사 일명 ‘데이비드슨 공작’을 한다며 대북공작에 써야 할 국정원 자금 5억3천500만원 및 5만 달러를 받아 쓴 혐의입니다.

이 과정에 지난 2011년 9월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지시를 받은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으로부터 활동자금 명목으로 1억 2천만원을 받았다는 부분은 뇌물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조의연 부장판사)는 오늘 “공소사실이 증거로서 증명되지 않았다”며 국고손실과 뇌물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 사유와 논리는 이렇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이 원세훈 전 원장과 공모해 국고를 횡령했다고 인정하려면 원 전 원장의 정치적 의도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이 전제 위에 재판부는 "국고에 손실을 입히려 한다는 것을 피고인이 알았다거나 그런 정황을 인식했음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것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런 정황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한마디로 국정원이나 원세훈 전 원장의 정확한 의도를 모르고 통상의 비자금 조사인줄 알고 조사를 벌인 만큼 범죄 의도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비자금 추적 활동이 국정원 직무 범위에서 완전히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는 점과 국정원장은 법적으로 타 기관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고 국세청장은 국정원장 협조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실체도 없는 전직 대통령 뒷조사를 벌인답시고 국정원 대북공작금을 받아다 쓰긴 썼지만, 그 자체로 국고손실, 범죄는 아니라는 게 법원 판단입니다.

뇌물 혐의에 대해선 돈을 줬다는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돈 수수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완전히 깨진 검찰은 즉각 세게 반발하며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직 대통령 비자금 의혹 폭로라는 정치적 의도에서 실행된 불법공작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 것이 확인된 상황에서 '국고손실의 고의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 "국정원이 이런 불법적 요구를 하면 국가기관이 그대로 따라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동의할 수 없는 결론이다“고 법원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뇌물 무죄에 대해서도 “이현동의 부인하는 진술만 믿고 돈을 줬다는 사람들의 주장은 모두 배척한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검찰은 앞서 결심공판에서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 대해 징역 8년에 벌금 2억 4천만원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속된말로 ‘뻘 짓 공작’에 대해선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일단 1심 판결은 검찰의 완패로 끝났습니다. 둘 중 하나일 겁니다.

검찰이 애초 수사나 기소 ‘깜’이나 ‘꺼리’가 안되는 사건을 무슨 이유에서건 ‘한 건 잡았다’ 식으로 밀어부쳤거나, 법원이 이른바 ‘법리’에 매몰돼 상식에서 일탈한 판결을 내렸거나.

어느 경우든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검찰이 항소를 한다고 하니 2심 재판도 주의깊게 지켜봐야겠습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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