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장관 때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 지시했다'고 진술 번복"
청문회 '위증' 혐의도... 특검, 대통령 제3자 뇌물수수 '겨냥'
특검 공식 수사 개시 후 첫 구속영장 청구... 30일 영장실질심사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대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지시한 혐의로 2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이 지난 21일 현판식을 갖고 공식 수사에 착수한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문 전 장관이 처음이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문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와 국회에서의 증언 등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문 전 장관이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하다가 장관 시절에 국민연금에 지시해서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새벽 특검에 긴급체포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조사를 받기 위해 구치소 호송차량에서 내려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최준호 기자 junho-choi@lawtv.kr

특히 이 특검보는 “국회의 고발이 있었다”면서 위증 혐의를 구속영장에 적시한 이유를 설명했다. 문 전 장관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국민연금에 삼성 합병 찬성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문 전 장관에 대해 위증 혐의를 적용함으로써 특검이 기존 청문회에서 위증 논란이 일었던 다른 증인들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엄격히 물을 것인지 주목된다.

문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 과정을 둘러싼 청와대의 압력 여부,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특검 수사로 규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문 전 장관을 통한 청와대의 지시로 삼성 합병을 찬성하고, 삼성이 그 대가로 최순실씨 모녀를 특혜 지원했다면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문 전 장관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지난해 7월 산하기관인 국민연금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도록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국민연금은 당시 큰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삼성 합병에 찬성해서는 안된다는 내부적인 반대 여론이 거셌지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전문위원회조차 거치지 않고 기금운용본부 차원에서 합병 찬성을 결정했다.

특검팀은 삼성이 최순실씨 모녀에게 승마용 말 구입비 등 명목으로 220억원을 특혜 지원해주는 대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문 전 장관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이틀 연속 소환해 조사했다. 홍 전 본부장은 그간 국민연금 차원에서 합병 찬성을 결정했다고 진술하다가 복지부 연금정책국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또 문 전 장관의 합병 찬성 지시에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27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불러 조사했다. 안 전 수석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을 통해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합병 찬성 과정에서의 복지부의 개입 정도, 박 대통령의 지시 여부를 집중 확인할 방침이다.

문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30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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