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한자·중국어 사전 어디에도 안 나오는 말
'할부금' 뜻으로 우리 법에서는 버젓이 쓰여
기획재정부도 "몰라요"... 누구 위한 법인가

[법률방송뉴스]

‘불타는 금요일’을 줄여서 ‘불금’이라고 한다는 말은 들어보긴 했지만, ‘부불금’이라는 말은 혹시 들어보셨나 모르겠습니다.

불금이 아니라는 건지 뭐라는 건지, 전혀 그 뜻을 종잡을 수가 없는데요.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오늘(7일)은 '부불금(賦拂金)'이라는 단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정래 기자입니다.

[리포트]

‘부불금’이라는 낯선 단어가 나오는 법 조항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37조입니다.

주주 등의 자산 양도에 관한 법인세 등 과세특례 제6항 “법 제40조 제1항 제2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날’이란 각 회의 부불금(계약금은 첫 회의 부불금에 포함되는 것으로 한다)을 받은 날을 말한다”가 그 조항입니다.

부불금, 혹시나 뜻을 알고 있는지 시민들에게 물어봤지만 역시나였습니다.

[시민]

(부불금이란 용어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아니요, 못 들어봤습니다”

[정동훈 / 경기도 용인시] 
(부불금이라는 말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아니요”

포털 어학사전에서 부불금이라는 단어를 찾아봤습니다.

국어사전과 한자, 중국어사전 어디에도 부불금이라는 단어 자체가 나오질 않습니다.

일단 ‘부불금(賦拂金)'을 한자로 뜯어보면 '부과하다’ 할 때의 ‘부(賦)' 자에 '떨칠 불(拂)' 자와 ‘쇠 금(金)’ 자를 씁니다.

한자를 알아도 그 뜻을 도무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조세특례제한법을 담당하는 기재부 관계자는 부불금의 뜻을 아는지 물어봤습니다.

“부불금만 그 뜻을 모르는 게 아니”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기재부 관계자]
(부불금이라는 용어가 뭔지 아십니까)
“저는 일단 모르는데... 제가 담당하는 조문이 정말 많은데 거기 있는 단어들을 모르는 게 부불금만 있는 건 아니고요. 엄청나게 많이 모릅니다”

‘부불금’은 법적으로 ‘나누어 지급하는 돈’, 즉 ‘할부금’과 같은 말입니다.

‘할부금’이라는 다 아는 단어를 놔두고 조세를 관할하는 기재부 관계자도 모르는 게 당연하다는 식으로 나오는 부불금이라는 낯설고 희한한 단어를 쓰고 있는 겁니다.  

애초 법전을 만들 때 무슨 생각으로, 사전에도 없는 말을 어디서 따와서 만들었는진 모르겠지만 부불금을 할부금으로, 늦었지만 이제라도 바꿔야 합니다.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김정래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