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BMW'와 에린 브로코비치... 한국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되나
'불타는 BMW'와 에린 브로코비치... 한국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되나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8.08.07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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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속 배출 회사, 4천억원 배상" 실화 바탕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 영미법계선 일반화
이낙연 총리 "BMW 문제, 이런 식 안돼" 질타에 국토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검토"
도입 논의 해묵어, 국회 계류 법안 3건 상임위도 못 넘어... 이번엔 제대로 법령 정비해야

[법률방송뉴스] '불타는 자동차', BMW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징벌적 손해 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도 극히 제한적으로 도입됐을 정도로 저항과 도입 문턱이 높았던 게 징벌적 손해 배상제인데, 이번엔 전폭적으로 도입될 수 있을까요.

오늘(7일) ‘앵커 브리핑’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얘기 해보겠습니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 2000년에 제작된 ‘에린 브로코비치’라는 영화입니다. 

지난 1993년 캘리포니아주의 소도시 힝클리 주민들이 중금속 배출로 수질을 오염시킨 전력회사 PG&E를 상대로 소송을 내, 소송에 참여한 600명의 주민들이 손해배상금으로 3억 3천300만 달러를 받아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4천억원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그것도 25년 전 얘기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이처럼 기업들이 고의적·악의적 불법 행위나 반사회적 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가 받은 재산상 손해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지난 2016년 2월 미국 미주리주 법원이 존슨앤존슨의 땀띠 파우더를 35년 이상 사용하다 사망한 한 여성의 유가족에게 ‘암 유발 위험 고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7천 2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86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는 등 영미법계에서는 일반화된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일부 도입돼 제조물책임법에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배상액 규모가 크지 않고 생명이나 신체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만 한정돼 이번 BMW 사태처럼 재산상 손해만 발생한 경우는 아예 해당사항이 안되는 등 한계가 뚜렷합니다.

관련해서 정부가 전향적인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검토에 착수했습니다.

"BMW의 뒤늦은 사과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EGR 결함이 화재 원인이라는 거듭된 발표만으로는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한다. BMW 문제가 이런 식으로 매듭지어질 수는 없다.“

이낙연 총리가 오늘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한 말입니다.

이 총리는 그러면서 "국토교통부가 대처 방식을 재검토해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사후조치를 취하라. 법령의 제약이 있더라도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 동시에 법령의 미비는 차제에 보완하라"는 질책성 지시를 내렸습니다.

실세 총리의 질타와 지시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토교통부는 당장 행동에 나섰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이달 중 자동차 리콜 제도 개선 방안을 포함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BMW 리콜 결정 및 이후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종합적인 리콜 제도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으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 국토부 관계자의 말입니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논의는 사실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당장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만 검색해 봐도 박영선, 금태섭, 박주민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징벌적 손해배상법안이 3건이나 있습니다.

법안이 발의된 지 길게는 2년 2개월, 짧게는 1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도 소관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잠들어 있습니다.

사실 지난 19대 국회 때도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습니다.

국회 법안검토 보고서를 찾아보니 당시 공정위는 '소송 남발과 기업활동 위축 우려' 등을 이유로, 법무부는 '우리 민법상 손해배상 체계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신중 검토" 의견을 냈습니다.

이제 ‘불타는 자동차’가 연일 문제가 되니 호떡집 불난 것처럼 호들갑 떨다 또 그냥 유야무야 지나갈지, 아니면 이번엔 제대로 된 법령 정비가 이뤄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그리고 소송 남발과 기업활동 위축이 우려된다고 하는데, 법만 지키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소송 당할 일을 걱정할 게 아니라 소송 당할 일을 안 만드는 게, 안 하는 게 먼저 아닌가 합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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