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들 "회사 측이 정수기 판매량 강제할당... 폭탄 돌리기"
"회사에서 제품 구매를 강요 압박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청호나이스 "기사들은 계열사 소속... 우리는 무관, 책임 없어"
공정위 "공정거래법상 불공정행위 소지"... 조사 검토 착수

[법률방송뉴스] 며칠 전 저희 법률방송에서 청호나이스 엔지니어 기사들이 회사를 상대로 ‘연차수당 청구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을관련 소장을 단독 입수해 보도해 드렸는데요.

이게 청호나이스가 단순히 연차수당 떼먹었네 마네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직원들을 상대로 이런 ‘갑질’을 부리는 회사가 있나 싶을 정도인데요.

업계에서는 ‘폭탄 돌리기’라고 부르는 기사들에 대한 정수기 판매 강제할당 실태를 한 엔지니어의 생생한 육성을 통해 고발해 드립니다.

신새아 기자의 '심층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10년째 청호나이스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임성택씨.

임씨가 법률방송 취재진에 공개한 2017년 5월과 6월, 두 달 치 카드 사용내역입니다.

35건 사용에 총 이용금액은 무려 4천 377만 8천원, 평범한 직장인의 두 달 카드 사용내역이라고 보기엔 이용금액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사용내역은 더 이상합니다.

마트나 식당 한 두 곳을 제외하곤 전부 ‘청호나이스’라고 돼 있습니다.

가맹점 번호가 동일한 것이 모두 같은 곳에서 구입한 겁니다.

[임성택 / 청호나이스 엔지니어]

“그 ‘특판’이라고 해서 정수기 1대당 거의 200만원 정도 하는데 그거를 내 카드로 먼저 사서 가지고 있다가...”

정수기를 설치하고 수리하는 엔지니어가 왜 자비를 들여 자기 카드로 한두 대도 아닌 수십대씩, 몇백만원씩 하는 자기 회사, 청호나이스 정수기를 구입한 걸까요.

분명 상식적이거나 정상적인 일은 아님이 분명해 보입니다.

임씨는 이게 다 회사에서 강요한 일이라고 털어놓습니다.

청호나이스 회사 측에서 소속 엔지니어들에게 정수기 판매량을 강제 할당해 판매를 강요하고 있다는 겁니다.

[임성택 / 청호나이스 엔지니어]

“자꾸 본사에서부터 (판매를) 푸시를 가하는 거죠. 적게는 4대, 뭐 3대, 많게는 최고 10대까지도 잡았으니까 2천만원이겠죠...”

회사의 압박에 일단 자기 카드로 긁어는 놨는데 제값 다주고 사겠다는 사람은 없고,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구입가보다 싼 가격에 되팔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임성택 / 청호나이스 엔지니어]

“그래서 그 2천만원을 잡아가지고 이제 회전이 안 되니까, 돈이 회전이 안되니까 200만원 준 거를 150만원에 팔 수도 있고 100만원에 팔 수도 있고 빨리빨리 판매를 해야 되기 때문에...”

청호나이스 정수기 기사들 사이에선 ‘폭탄 돌리기’라고 부르는 ‘정수기 강제 판매 갑질’입니다.

[임성택 / 청호나이스 엔지니어]

“저같은 경우에는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받아서 메꾸기도 하다가... 처음에는 카드 한 장으로 시작했다가, 그래서 뭐 지금 같은 경우는 2천만원 갖고 돌리는 거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회사에서 사람 취급도 안하면서 각종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 임씨의 말입니다.

[임성택 / 청호나이스 엔지니어]

“매출을 못하면 사람 취급을 안하고 회의석상, 아침에 회의석상에서도 막 욕이 난무를 했어요. 그렇게 해서 사람 취급을 못받고 하니까 (관할) 지역을 변경을 한다든지 아니면 지역을 빼버린다든지 이런...”

‘그만두면 되는 거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단 한 번 발을 담그면 이게 또 그렇게 생각처럼 쉽게 그만둘 수도 없습니다.

그나마 청호나이스에 계속 있어야 수천만원을 들여 구입한 정수기를 계속 팔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임성택 / 청호나이스 엔지니어]

“이런 거를 정리를 못하고 나가면, 왜 자기가 내 돈 주고 산거니까 가지고 가서 못 팔면 갖고 있을 거잖아요. 그런데 저희 회사를 다니면서는 판매를 할 수 있는데 타 회사를 가서는 이 제품 팔기가 힘든 거죠. 그러니까...”

이 때문에 청호나이스 엔지니어 사무실엔 이렇게 기사들이 구입한 정수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청호나이스 엔지니어들이 자신들을 ‘정수기를 고칠 수 있는 방문판매원‘ 이라고 자조하는 이유입니다.

[청호나이스 엔지니어]

“정수기를 아무리 잘 고쳐도 그 사람이 한 달 동안 1대도 못 팔아오면 그 사람은 그냥 아무것도 아닌 사람 취급만 받는 거고... 결국에는 정수기를 고치는 일을 할 수 있는 방문판매원을 뽑는 게 원래 청호나이스의 엔지니어 조직이에요”

이 때문에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회사에서 제품 구매를 강요 압박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청호나이스의 '갑질' 행태를 비판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실제 이같은 청호나이스의 갑질에 돈 벌자고 들어와서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기사들의 하소연입니다.

[청호나이스 엔지니어]

“결국엔 저녁에 대리운전을 하고 낮에는 피곤한데도 또 운전을 하면서 일을 하고... 안타깝죠 보고 있으면...”

사정이 이런데도 청호나이스 측은 기사들이 판매수당을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자기 카드로 정수기를 구입하는 거라는 이해할 수 없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합니다.

[청호나이스 관계자]

“그거는 그러니까 본인이 먼저 구매를 한 다음에 그걸 내가 나중에 팔겠다, 뭐 이런 식으로 본인의 의지로 하시는 부분들이 되게 많으세요. 영업 현장에서 하시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더 큰 문제는 이런 강제 할당이 단순히 정수기 기사들의 피해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론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임성택 / 청호나이스 엔지니어]

“수리를 잘하면 판매를 못하죠. 왜? 고장난 걸 잘 고쳐주면 판매가 안되고, 좀 덜 고쳐주거나 아님 못 고친다고 얘길 하면 이게 판매로 갈 수 있으니까. 이게 더 먹이가 좋으니까 이쪽으로 갈 수밖에...”

소속 직원들에 대한 이런 판매 강제 할당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공정위 관계자의 말입니다.

[공정위 관계자]

“저희 공정거래법상 금지하고 있는 불공정거래, 그 중에 한 가지 유형이 그 ‘사원 판매’라고 있어요. 사원 판매라는 저희 규정인데, 규정이...”

사정이 이런데도 청호나이스 측은 공정거래법 위반 고발이든 뭐든 해볼 테면 해보라는 반응입니다.

지난 5월 자회사인 나이스엔지니어링을 만들어 기사들의 소속을 나이스엔지니어링으로 다 옮겼기 때문에 청호나이스 본사는 아무런 관계도, 책임도 없다는 겁니다.

[청호나이스 관계자]

“그거는 뭐 나이스엔지니어링이나 거기서 진행을 해야 되겠죠. 저희하고는, 제가 뭐 어떻게 뭐 입장을 뭘 하겠다 그런 건 아니고...”

공정위 관계자는 그러나 본사가 아닌 계열사 직원에 대한 불공정 행위도 고발 대상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정위 관계자]

“어떤 거냐면 부당하게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임직원으로 하여금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상품이나 용역을 구입 또는 판매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렇게 되어있어요...”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엔지니어 기사들의 열악한 법적 신분과 처지를 악용해 전근대적이고도 고질적인 갑질을 행사하고 있다는 게 청호나이스 엔지니어 기사들의 말입니다.

공정위 담당자는 고발 등이 접수될 경우 청호나이스에 대한 조사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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