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제목에 ‘조선일보' 들어간 것만 9건... "최유력 언론사" 지칭
조선일보, 문건에 거명된 인사 기고문 게재하고 사설까지 써
기자들 만난 뒤 '첩보보고' 문건 작성... 특정 신문 이용 '공작' 정황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고영한 대법관 등 3명 대법관들의 퇴임식도 집어삼킨 ‘사법농단’ 문건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이슈 플러스’, 장한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제(31일) 공개된 문건을 보면 양승태 대법원장 사법부가 국회, 언론, 법조단체 등에 전방위적으로 대응을 했는데, 언론 쪽은 특히 ‘조선일보’에 공을 들인 것 같아요.

[장한지 기자] 네, 그렇습니다. 추가 공개된 196개 파일 중 제목에 ‘조선일보’가 직접적으로 언급된 파일이 모두 9건이나 되는데요. 제목을 보면 ‘상고법원 기고문 조선일보 버전’, ‘조선일보 상고법원 기고문’, ‘조선일보 첩보보고’, ‘조선일보 방문 설명자료’ 뭐 이런 제목들입니다.

[앵커] 대법원이 무슨 국정원이나 CIA도 아니고 '첩보보고'가 뭔지, 문건들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먼저 2015년 2월 1일 작성된 ‘상고법원 입법추진동력 붐업(boom-up) 방안 검토’ 문건이라는 걸 보면요.  

“보수 언론의 일부 부정적 보도가 공식 입장으로 오인된다”며 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의 상고법원 찬성 기고문 게재를 추진한다고 돼있는데, 이후 실제 조선일보에 이 전 회장 명의의 ‘상고법원이 필요한 이유’ 칼럼이 올라옵니다.

또 2015년 3월 31일 작성된 ‘조선일보 기고문’이라는 파일을 보면 문건에 담긴 ‘대법원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 상고법원 도입’이라는 제목과 내용의 글이 추후 조선일보에 실제로 그대로 올라옵니다. 이런 내용들이 한 두 건이 아닙니다.

[앵커] 문건이 단순히 작성된 데서 그친 게 아니라 실제로 실행이 됐다는 얘기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화면을 좀 보실까요. ‘상고법원이 필요한 이유’, ‘대법원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 상고법원’, ‘상고법원 논의, 국민 입장에서 보라’, ‘대법관 월화수목금금금 일해도 벅찬데 상고법원 표류’ 등등 모두 조선일보 기사 제목들입니다. 

기사 뿐아니라 ‘의원 168명 발의한 상고법원 논의조차 않는 이유 뭔가’라는 사설을 통해선 국회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국회를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등 조선일보는 2015년 상고법원 도입 추진을 압박하는 기사를 지속적으로 올렸습니다.

쉽게 말해 대법원의 ‘요청’과 ‘바람’이 그대로 조선일보 지면에 반영됐다, 이렇게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앵커] 조선일보가 상고법원에 그렇게 스탠스를 잡고 언론사로서 관련 기획기사를 내보낸 걸로 볼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게 그렇게만 보기엔 공교로운 게 좀 있는데요. 일단 대법원의 조선일보 문건 작성 전에 조선일보는 상고법원 설치에 대해 뜨뜻미지근하거나 ‘입법-사법의 불륜’ 등의 표현까지 써가며 부정적인 입장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입장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관련해서 앞서 말씀드린 ‘조선일보 첩보보고’ 문건을 보면요. ‘최유력 언론사’, 조선일보를 지칭하는데요. ‘최유력 언론사 사회부 차장 2인, 법조전문기자 1인과 만찬’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언론 관심사항과 접촉 결과라고 하면서 이들이 ‘상고법원안 통과에 대한 전반적 회의감이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법조기자들을 접촉해 동향을 파악하고 상고법원에 우호적인 기사를 생산하도록 대책을 세웠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앵커] 적절한지는 논외로 하고, 접촉 자체를 가지고 유착이나 거래가 있었다고 보기는 그래도 여전히 좀 부족한 거 아닌가요. 

[기자] 네, 돈 거래 정황까지 있는데요. 문건에 따르면 공보활동 지원 명목으로 9억 9천만원을 잡아놓았는데, 이 돈의 상당부분은 조선일보를 염두에 둔 편성입니다. 

다만 조선일보가 문건에 언급된 상고법원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한 적은 없는데요, 공보 예산이 실제 집행이 됐는지, 무슨 명목으로 집행됐는지 등은 검찰 수사가 필요한 대목으로 보입니다.  

[앵커] 조선일보 입장이나 반응은 나온 게 있나요. 

네, 어제 문건 공개 당일 조선일보는 입장문을 내고 “법원행정처 문건은 행정처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조선일보와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법원행정처가 그런 문건을 작성했는지는 모르지만, 상고법원 기사 등과는 아무 관련 없다는 것이 조선일보의 주장입니다. 

[앵커] 네, 양승태 사법부의 조선일보에 대한 ‘짝사랑’이었는지 뭔가 ‘실체’가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암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상고법원 설치, 결국 헛꿈, 일장춘몽으로 끝난 거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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