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장 지낸 고영한 대법관 '사법농단' 의혹 중심에... "말할 자격 없음을 잘 안다"
김신 대법관 "대법관들이 무슨 거래를 위해 법과 양심에 어긋나는 재판을 하지 않았다"
김창석 대법관 "사법작용 자체에 대한 신뢰마저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건 막아야 한다"

[법률방송뉴스] 오늘(1일) 대법원에선 고영한·김창석·김신 세 대법관의 퇴임식이 열렸습니다.

어제 ‘사법농단’ 의혹 문건 전부 공개로, 법원이 그야말로 폭탄을 맞은 쑥대밭이 된 분위기에서 치러진 대법관 퇴임식. 

사법농단 파문에 연루된 고영한 대법관은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고, 김창석·김신 대법관도 ‘참담하다’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김정래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한민국 판사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고 영예로운 자리 대법관. 

6년의 대법관 소임을 마치고 퇴임하는 고영한 대법관의 표정은 그러나 착잡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고영한 대법관]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해 법원 가족은 물론 사법부를 사랑하는 많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고영한 대법관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며 사법농단 파문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사건 파기환송심 주심, 진보적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무력화를 위한 연구회 중복가입 금지 조치 등이 모두 고영한 대법관이 결정한 일들입니다.

[고영한 대법관]
“사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내리고 사법권 독립이 훼손될 우려에 처해 있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높습니다. 저로서는 말할 자격이 없음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판사는 판사가 된 그 자체에 가장 큰 의미를 두어야 한다. 그 이상 무엇이 되고자 한다면 다른 행복을 놓칠 수 있다”

34년간의 판사 생활을 뒤로하고 법원을 떠나는 고영한 대법관이 많이 착잡하고 쓸쓸한 표정으로 후배 법관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입니다. 

고영한 대법관과 함께 퇴임하는 김창석·김신 대법관도 현재의 사법부 불신 사태에 대해 한 목소리로 참담하고 안타깝다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재판거래는 없었다’고 분명한 어조로 선을 그었습니다.

[김신 대법관] 
“대한민국 대법관들이 무슨 거래를 위해 법과 양심에 어긋나는 재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되기를 바랍니다” 

[김창석 대법관]
“진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라면 사법작용 자체에 대한 신뢰마저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것만은 막아야 합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임명된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등은 재판거래 파문이 불거진 지난 6월에도 성명을 내고 ‘재판거래는 없었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어제 추가 공개된 196개 사법농단 미공개 문건으로 인해 사법부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진 모양새입니다.

법원이 헤쳐 갈 길이 높고 험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김정래입니다.

김명수(오른쪽에서 두번째) 대법원장이 1일 퇴임식을 가진 고영한(왼쪽에서 두번째), 김신(왼쪽), 김창석 대법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민 기자 sungmin-kim@lawtv.kr
김명수(오른쪽에서 두번째) 대법원장이 1일 퇴임식을 가진 고영한(왼쪽에서 두번째), 김신(왼쪽), 김창석 대법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민 기자 sungmin-kim@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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