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일에 대한 경위, 전말 설명'이라는 뜻의 일본어 표현
법제처, 2015년 정비 대상 용어로 선정... 법규에 여전히 존재

[법률방송뉴스]

‘시말서’라는 단어, 특히 직장인들이라면 다 들어서 아는 말일 텐데요.

그런데 이 시말서가 우리나라엔 없는 전형적인 일본식 한자 표현이라는 건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법전에 남아있는 캐도캐도 끝도 없는 일본식 한자어,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오늘은 ‘시말서’입니다.

김정래 기자입니다 

[리포트]

비정규직과 인턴 등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린 만화, 윤태호 작가 원작의 드라마 ‘미생’입니다.

지난 2014년 방송 당시 케이블 채널로는 이례적인 8% 안팎의 시청률 대박을 치며 장안의 화제가 됐던 드라마입니다. 

[tvN 드라마 '미생']
“시말서를 미리 써놓을까. 그럼 과장님 거 한 장, 내 거 한 장, 아 망했다” 

시말서. 직장인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하지만 피하고 싶은 단어입니다. 

[정민영 / 경기도 고양시]
(시말서란 단어 들어보셨습니까)
“네, 네” 

[민새은 / 서울시 용산구]
(시말서란 단어 들어보셨습니까)
“네, 들어봤어요”

인터넷 검색창에 ‘시말서’라고 치면 ‘시말서 양식’ ‘시말서 쓰는 법’ ‘시말서 예시’ 등 연관 검색어가 주르륵 뜹니다.

유명 드라마에서도 아무 거리낌없이 나오고, 인터넷에 ‘시말서 쓰는 법’까지 있을 정도로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쓰이는 단어 '시말서'.

일단 ‘시말서(始末書)'를 한자로 뜯어보면 '처음 시(始)' 자에 '끝 말(末)' 자, ‘글 서(書)’ 자를 씁니다. 

즉 시말서는 ‘일의 처음과 끝, 자세한 경위를 적은 글’ 정도의 뜻입니다.

여기서 연유해 직장에선 ‘시말서’라고 하면 보통 잘못된 일에 대한 경위 설명, 나아가 ‘반성문’ 정도의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말서라는 한자는 우리 한자 표현엔 없는, 일본어로 '시마츠쇼'(しまつしょ)라고 읽는 전형적인 일본식 한자어 조합입니다.

그래서 시말서는 국어사전에도 ‘경위서’로 순화해서 써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정민영 / 경기도 고양시]
“이게 일본어인 줄 몰랐으니까, 이게 다른 말 대체할 말이 있다면 바꾸는 게 당연히 낫겠죠”

[최경식 / 경기도 고양시] 
“아무래도 일본식 표현이라고 하면 좀 바꿔야 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관련해서 법제처도 지난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정비해야 할 일본식 용어 302건을 선정하면서 ‘시말서’도 당연히 포함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법전에서 시말서라는 용어가 아직도 버젓이 남아 있는 곳이 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법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판단하는 ‘법원’입니다.

‘법원사무관리규칙’ 제43조 ‘보고심사대상’ 제11항을 보면 공적조사서, 문책서, 징계자 명부와 함께 ‘시말서’가 명시돼 있습니다.

법제처에서 광복 70주년을 맞아 시말서를 경위서로 정비하라고 권고했는데도 굳이 몇년째 ‘시말서’라는 용어를 계속 쓰고 있는 겁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
“2015년에 한 번 부칙으로 개정했었던 것 같은데 그때도 아마 놓친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시말서 쓰는 법’까지 인터넷에 떠돌아다닐 정도로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일본식 한자 조합 ‘시말서’.

그러나 많이 쓰인다고 해서 그른 일본식 한자 단어가 바른 표현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럴수록 더 옳은 표현을 써야 합니다. '경위서’로 바꾸어야 합니다.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김정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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