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정원 위법·부당한 부탁 마땅히 거절했어야"
"별 다른 고민 없이 개인정보 유출... 일벌백계해야"

[법률방송뉴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정보를 국가정보원 직원에게 넘긴 혐의로 기소된 서초구청 공무원에 대한 1심 법원 판결이 오늘(26일) 나왔습니다.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는데 ‘오늘의 판결’은 공무원의 자세와 자격에 대해 애기해 보겠습니다.

2013년 6월, 서초구청 복지정책과장으로 근무하던 임모씨는 구청 가족관계등록팀장 김모씨를 시켜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혼외자 채모군의 정보를 확인합니다.

이렇게 확인한 정보를 임 과장은 국정원 직원 송모씨에게 전달합니다. 

당시 검찰 조사에서 임 과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정식으로 공문을 받아 적법하게 개인정보를 열람했다"고 주장해 처벌을 피해 갔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기소된 국정원 직원 송씨와 조모 전 서초구청 국장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선 '송씨에게 정보를 알려준 적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합니다.

그렇게 다 피해가는 듯 했던 임 과장의 행위는 그러나 지난해 10월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채 전 총장 뒷조사 재수사를 의뢰하며 다시 검찰 칼끝에 오릅니다. 

그리고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성은 판사는 오늘 위증 등 혐의로 기소된 임모 전 과장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은 서초구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는 공직자로서 국정원 직원의 위법·부당한 부탁을 마땅히 거절했어야 함에도 오히려 국정원 요청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별다른 고민 없이 개인정보를 누설했다"고 임 전 과장을 질타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기본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지시에 대해 공직의 모든 사람이 어떤 자세와 사명감으로 처신해야 하는지 다 같이 되돌아보고 바로잡는 계기가 되도록 일벌백계의 필요성이 크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정권에 불편한 수사를 정권 눈치 보지 않고 강행하는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혼외자 사생활 뒷조사를 기획하고 실행한 국가최고정보기관 국정원. 임 과장은 어떻게 보면 그 실행 과정의 제일 말단에 있었을 겁니다.  

임 과장이 뭔가 덕을 보기 위해 혼외자 정보를 넘겼는지, 불이익 등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넘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전자라면 참 씁쓸하고, 후자라면 안타깝습니다. 출세를 위해서든 불이익을 걱정해서든, 이런 부당한 부탁 또는 지시에 뒷걱정 없이 ‘노’라고 대답할 수 있는 공직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