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영장 재청구하며 범죄혐의 추가, 증거 보강"... "수사하지 말라는 건가"
통상 압수수색영장 기각률 1% 불과... 법조계 "잇단 기각 이해하기 어려워"

[법률방송뉴스] 재판거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 등 관련자들에 대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이 법원에서 오늘(25일) 새벽 또 무더기로 기각됐습니다. 

구속영장도 아니고 이렇게 압수수색영장이 연거푸 기각될 확률이 통계적으로 얼마나 될까요. 

장한지 기자의 '심층 리포트'로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오늘 새벽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된 사람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김모 전 기획제1심의관 등 4명입니다.

앞서 법원은 지난 21일에도 이들 4명에 대한 검찰 영장을 모두 기각한 바 있습니다.

검찰은 이에 유일하게 영장이 발부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USB 등을 확보, 영장을 보강해 청구했지만 또 우수수 무더기로 기각된 겁니다.

법원은 일단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에 대해선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규진 전 상임위원과 김 전 심의관에 대해선 “지난번 영장 기각 때와 사정 변경이 없다“는 사유로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실무 총책임자'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은 '보고, 지시자', 이규진 전 상임위원이나 김 전 심의관은 '실행자'라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검찰 입장에선 그런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의 시작이자 기초라 할 수 있는 압수수색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겁니다.

검찰은 "영장을 다시 청구하면서 범죄혐의를 다수 추가했고, 임 전 차장 USB에서 나온 대법원장·법원행정처장 보고자료 등 수천 건의 파일을 다수 보강했다"며 영장 기각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강신업 변호사 / 법무법인 하나]
“압수수색 영장이라든지 통신 영장 같은 것은 기각률이 많지가 않아요. 수사상 필요하다면 발부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압수수색영장 기각률을 확인해 봤습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검찰의 압수수색영장 청구 건수는 총 18만여 건입니다.

이 중 영장이 발부된 건수는 16만여건, 일부 기각이 2만여건, 완전 기각은 단 0.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기초 중의 기초 수사자료라고 할 수 있는 통화기록영장도 무더기로 기각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16년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요청 건수는 7만 7천여건, 이 가운데 통신영장이 완전히 기각된 비율을 역시 1%대밖에는 안 됩니다.

압수수색영장기각 0.9%의 확률과 통신영장 기각 1%의 확률이 법원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서만 연거푸 재현된 겁니다.

법원이 법리대로 영장을 기각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임지봉 교수 / 서강대 로스쿨 교수]
“이것은 과연 1% 낙타가 바늘 구멍으로 들어가는 그 1%의 확률에 해당할 정도로 압수수색도 해서는 안 될 정도냐, 압수수색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을 정도냐...”

압수수색영장 기각이 다가 아닙니다. 

증거 인멸과 훼손 등을 막기 위해 검찰이 청구한 법원행정처 전·현직 법관 수십 명의 이메일 보전조치영장도 법원은 모두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그러면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사법지원실 PC 하드디스크와 인사자료, 재판 관련 자료, 내부 이메일과 메신저 송수신 내역 등도 모두 임의 제출할 수 없다고 검찰에 최종 통보했습니다.  

한 마디로 달라는 자료는 줄 수 없다고 버티고, 그래도 봐야겠다고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면 법원 스스로 모두 기각하고 있는 겁니다. 

수사를 하라는 건지 마라는 건지, 법원이 재판거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법원이 압수수색영장을 잇달아 기각하면서 검찰은 수사 기초자료 확보부터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검찰이 어떤 수로 돌파구를 찾아낼지,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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