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을 주(朱)’ 자에 '글 서(書)’ 자... 문자 그대로 '붉은글씨' 의미
"법률전문가들이 봐도 생소... 순우리말이나 알기쉽게 바꿔야"
경제법령 등에선 사라졌지만... 검찰사무규칙 등에는 여전히 남아

[법률방송뉴스] 1850년 간행된 미국 작가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 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간통을 소재로 17세기 미국 청교도 사회의 음울한 분위기와 비극을 다룬 얘기로, 이 소설에서 ‘주홍글씨’ 하면 과오나 잘못에 평생 따라다니는 ‘낙인’ 같은 의미로 확장돼 쓰이고 있는데요.

우리 법전에서는 이 ‘주홍글씨’도 아니고 ‘붉은글씨’가 아직도 따라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오늘(24일)은 ‘주서(朱書)’, ‘붉은글씨’ 얘기입니다.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검찰보고사무규칙’ 제1장 총칙 제2조 보고절차 조항입니다.

“이 규칙에 의한 보고는 각급검찰청의 장이 상급검찰청의 장과 법무부장관에게 동시에 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법무부장관에게 먼저 보고한 후 상급검찰청의 장에게 보고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보고 대상을 보면 공무원, 판사, 변호사, 국회의원 범죄부터 공안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나아가 정부시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건, 특히 사회의 이목을 끌 만한 중대한 사건 등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입니다.

전두환 정권 당시인 지난 1981년 제정된 이 검찰보고사무규칙은 제정 당시부터 정부가 검찰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이 검찰보고사무규칙 제 7조 보고서 작성방법 9항을 보면 ‘주서(朱書)’ 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공안사건의 처분 보고서·재판 결과 보고서에는 보고서 표지의 발송인 위에 주서로 표시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주서(朱書)’, '붉을 주(朱)’ 자에 '글 서(書)’ 자를 씁니다.

글자 그대로 ‘붉은 글씨’, 법률적으로도 그냥 ‘붉은 글씨’ 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그냥 ‘빨간 글씨’, ‘붉은 글씨’ 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주석을 달다’ 등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주서(朱書)'라는

한자어를 쓰고 있는 겁니다.

[조상기(25) / 서울 금천구]

“굳이 한글도 있는데 붉은 글씨라는 뜻이 있는데 굳이 한자로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사열(48) / 서울 강동구]

“아유 그럼 바뀌었으면 좋겠죠. 다 알아볼 수 있게 쉽게 바뀌면 너무 좋죠. 시민들 입장에선”

정부 관심 사항인 ‘공안 사건’임을 한 눈에 알아보기 위해서인지 단순히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왜 ‘공안 사건 보고서’를 콕 집어 ‘빨간 글씨’, ‘주서’로 쓰게 했는지 그 이유와 유래도 불분명합니다.

[김덕 변호사 / 법무법인 현재] 

"이게 정확한 유래는 확인되지 않았는데요. 주서라는 단어 자체가 법률 전문가들이 봐도 많이 생소한 단어예요. 이거는 순 우리말이나 알기 쉬운 용어로 좀 바꿔야 하는 게 (맞다)" 

이 주서라는 단어는 세금 등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부가가치세 기본통칙’이나 ‘공사채 등록법’ 등 경제 관련 법안에서 일부 쓰여 오다가 지금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

“주서라면 붉은 색으로 된... 그 당시에 뭐 그런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다 한글로 바꿨겠죠. 예전에는 다 세법전에 있는 내용 자체가 조사 외에는 다 한자로 표시가 되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검찰보고사무규칙’, '검찰압수물사무규칙‘ 등 유독 검찰만 아직도 이 ‘주서(朱書)’라는 단어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 법령에 ‘주홍글씨’처럼 남아 있는 ‘주서(朱書)’. 쉬운 한글을 두고 일상생활에선 쓰지 않는 한자 단어를 그대로 두고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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