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수습제도 개선, 실무수습 변호사 권한 확대가 필요하다

이호영 법무법인 삼율 대표변호사
이호영 법무법인 삼율 대표변호사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8천350원으로 결정한 이후 최저임금이 이슈였다.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돈, 이른바 '열정 페이'를 받으면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변호사들도 있다. 

지난 2016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봤다. 수습기간 동안 월급 100만~150만원을 받았다는 응답이 30%, 50만~100만원 받았다는 응답이 11%, 무급이 11%였다. 절반 이상의 수습변호사들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대우를 받고 실무수습 중이었던 것이다. 

실무수습 제도란 현행 변호사법이 변호사시험 합격자에 대해서 6개월 동안 '법률사무 종사' 또는 '연수'를 받지 않으면 법률사무소 개설, 사건 수임 등 변호사 활동을 일절 할 수 없도록 해 놓은 것을 일컫는다.

문제는 현행 실무수습 제도가 6개월 수습기간 동안 지도변호사와의 공동 수임조차도 불허하고 있는 것이다. 수습 중인 변호사가 자신이 초안을 잡은 법률서면에 이름조차 올릴 수 없고, 지도변호사와 함께 재판 출석조차 못하도록 과도하게 규제를 한 결과, '실무를 통해서 배워서 익힌다'는 실무수습 제도의 목적 달성이 어렵게 돼버렸다.  

해외의 수습변호사 제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처럼 아무 것도 못하게 해놓은 사례를 찾기가 힘들다.

캐나다는 지도변호사의 감독 및 책임 하에, 수습변호사가 통상 변호사가 제공할 수 있는 법률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고, 영국은 법정에 출석할 수 있는 법정변호사(Barrister)의 경우 1년의 실무수습을 요하는데, 이 기간 중 후반부 6개월 동안에는 지도변호사의 허락 하에 '변론'이 가능하다. 독일의 경우는 법과대학의 교육을 거쳐 1차시험 합격 후 변호사 사무실에서 수습하는 동안 변호사 강제주의에 해당하지 않는 사건에 한정해서, 지도변호사로부터 사건을 위임받아 사건을 수행할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수습기간 중에 연수생은 지도변호사의 참석 하에 변론기일에 출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습을 못하도록 한 이상한 실무수습' 제도를 도입한 결과는 예기치 않은 또다른 부작용을 초래했다. 실무수습 변호사들의 몸값 붕괴 현상이다.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1년에 1천500명 이상씩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변호사 몸값 하락은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었는데, '재판 출석'조차 못하게 해놓은 결과, 이들에 대한 채용 수요가 더욱 줄어든 것이다.

서초동 일대에는 변호사 수가 1명에서 3명 남짓한 소규모 법률사무소들이 몰려있다. 매년 시험에 합격하고 시장에 배출되는 초년 변호사들 취업의 상당부분을 담당하는 곳이다. 규모가 작은 법률사무소는 '최소한의 변호사 인력'으로 그들이 수행할 수 있는 사건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재판 출석을 담당할 수 없는 변호사 채용을 꺼리게 된다. 요즘 대한변호사협회 채용정보센터에 등록되는 변호사 채용 공고의 상당수가 '재판 출석이 가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습변호사의 공급은 늘어났는데, 수요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수습변호사에 대한 처우는 끝간데 없이 하락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이상한 수습제도가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 빨리 수습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한국법조인협회는 법률종사자 처우개선 TF를 구성해, 실무수습 중인 변호사들의 처우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에도 청년변호사 문제 해결을 위한 기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도변호사와 공동으로 사건을 수행하는 길을 터주어야 한다. 일정 소액사건의 경우는 수습변호사 단독으로도 사건을 수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실무수습 제도를 처음 논의 테이블에 올렸던 2008년 11월 법무부 안에 따르면, 실무수습 기간 동안 경력변호사와의 공동 수임을 허용했었다. 현재 소액사건들은 수임료 부담 때문에,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을 넘지 못해 상당부분 법무사를 통해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인데, 이런 사건을 수습변호사들이 수행할 수 있게 해주면, 변호사의 조력을 받지 못한 채 당사자들이 진행하고 있는 소액사건 상당수를 변호사가 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므로, 국민의 권익 보호에도 부합한다.

아울러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져서, '자격시험'이라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하게 된 현 상황에서는 합격 후 실무수습 제도를 폐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당초 실무수습 제도는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 방식으로 운용될 것을 전제로 도입됐기 때문이다. 변호사시험을 로스쿨 교육을 정상적으로 이수해서 기본적인 법적 소양을 갖췄는지를 테스트하는 자격시험으로 운용해서, 기본 소양을 갖춘 사람 대부분에게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게 하고, 일정 기간 '실무수습'을 통해서 완성된 변호사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혹자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운전면허시험보다도 높은 쉬운 시험이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는데, 이는 자격시험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운전면허시험처럼 누구나 볼 수 있는 시험은 합격과 무관한 '허수'가 많다. 별도의 응시자격이 없기 때문에 아무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시생'들 중에도 허수는 있었다.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해서 시험삼아 응시하는 초시생, 합격에 대한 의지 없이 게임과 유흥으로 인생을 허비하는 '무늬만 고시생'이 그들이다.

반면 치열한 교육을 통해 의대를 졸업해야 볼 수 있는 '국시', 교대·사범대를 졸업해야 볼 수 있는 '임용고시', 로스쿨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법학전문 석사학위를 취득해야 응시할 수 있는 변호사시험 등은 수년의 교육 과정을 거치는 동안 이미 수십 차례 걸러졌기 때문에, '허수'가 없다. 변호사시험과 운전면허시험의 합격률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겠다는 발상은 무지하다 못해 용감하기까지 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법무법인에도 지난 4월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수습변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합격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인 다음달부터, '수습'이 아니라 정식 소속변호사로 '대우'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수습기간 동안 변호사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유감없이 보여주었기에, 너무나도 당연한 결정이었다. 고민스러웠던 지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6개월 법정 실무수습 기간 중 이제 막 3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해당 변호사가 법정에 출석할 수 없는 기간이 아직 3개월이나 남았다는 것이다.

현행 실무수습 제도는 수습변호사 뿐아니라, 그들을 채용하고자 하는 사무실도 힘들게 한다. '실습을 방해하는 수습제도'.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실무수습인지 이제 다시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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