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말 가료(加療·かりょう), 의료계·법전에 여전히 사용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에도 '치료' 나와... 바꿉시다

[법률방송뉴스]

병원 진단서에 관례적으로 쓰이는 말이 있습니다, 병원 신세를 진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이 말 들어보셨을 텐데요.

진단서에 ‘몇 주일 간의 안정 가료(加療)를 요한다’고 할 때의 ‘가료’라는 단어입니다.

‘치료’, ‘병을 고치는 일’을 뜻하는 이 말 ‘가료’ 역시 전형적인 일본식 한자어입니다. 

우리 법전에 끝도 없이 나오는 일본식 용어.

법률방송 연중기획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오늘(19일)은 ‘가료’입니다. 

[리포트]

법원은 지난 5월 일심회(一心會)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손정목씨의 보안관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지난 2월 역시 보안관찰법 위반 무죄를 선고받은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 강용주씨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입니다. 

보안관찰법상 보안관찰처분 대상자는 관할 경찰서에 신상정보와 함께 3개월마다 활동내역, 다른 보안관찰처분 대상자와의 만남 등에 대해 신고하도록 돼있습니다.

법원의 연이은 무죄 판결로 이 보안관찰처분의 실효성이 도마에 오른 건데요.   

보안관찰법 시행규칙에도 ‘가료’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가료 중인 용의자나 참고인이 있는 곳에서 임상신문을 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건강상태를 충분히 고려하여 조사에 중대한 지장이 없는 한 가족·의사 기타 적당한 사람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규정입니다.

가료(加療)는 '더할 가(加)' 자에 '병 고칠 료(療)' 자를 씁니다. 

뜻풀이를 해보면 '병 고침을 더한다', 그러니까 '치료를 한다'는 쉬운 말입니다.

가료는 일본말 카료-(加療·かりょう), 전형적인 일본식 한자어입니다.

그런데 같은 뜻의 치료(治療)는 우리가 오래 전부터 써온 말입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3권, 1년(1419년)에 보면 “상왕이 두 어깨가 몹시 아프므로... 영의정 유정현·참판 이명덕 등이 ‘뜸질을 하지 마시고 온천에 가서 치료하시라’고 청하니, 상왕이 말하기를 ‘병이 심하여 몸을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시민들은 “바꿔야 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합니다. 

[신계숙 / 경기도 용인시]
“바꿔야 하죠, 당연히. 제가 이걸 처음 들어봤어요 가료라는 말을... 치료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이거 법률용어예요?”

[박상기 / 서울시 동작구] 
“가료, 못 들어 봤습니다. (일본식 한자어면) 바꿔야 되겠죠. 당연히.”

[시민인터뷰]
“아, 일본말이라면 바뀌어야 하겠죠. 그러면”

가료라는 말은 의료계나 법전에서만 쓰이는 건 아닙니다.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에서는 가료를 ‘전투 또는 작전 임무 수행 중 입은 상이(전상)나 임무 수행 또는 교육 훈련 중 입은 상이(공상)에 대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으로 치료해 주는 것’이라고 별도 항목으로 정의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국방부는 지난 16일 ‘올바른 공공언어 사용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가료’를 ‘치료’로 대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현수 / 국방부 대변인]
“올바른 공공언어를 사용하자라는 추진계획을 발표했는데요. 그 가운데 ‘가료’라는 단어도 들어가 있습니다. 이 단어는 법령에서 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또 일본어 잔재라는 지적도 있어서 이번에 불허한 것입니다.”

일제 잔재 법률 용어 ‘가료’.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 국방부마저 순화 대상 용어라 바꾼다는 '가료'.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김정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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