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법관이란 직업을 유지하면서 구차하게 살아가는지”
김동진 부장판사, '재판거래' 검찰 참고인 조사 소회 SNS에
안철상 "재판거래 없어... 사람들 호감 받기 위해 만든 것"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발언, 검찰 수사·법원 재판 '가이드라인' 논란

[법률방송뉴스] 몸 담고 있는 법원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않는 김동진 부장판사가 제헌절인 어제 저녁 9시 56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판사들이 개인적으로 올린 글에 대해 미주알고주알하진 않으려 하지만, 김동진 부장판사의 어제 글은 여러 모로 생각할거리가 있어 얘기해보려 합니다.

오늘(18일) ‘앵커 브리핑’은 ‘법원의 지록위마’ 얘기입니다.

김동진 부장판사가 어제 저녁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하여 열흘 전에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여 검찰조사를 받았다“는 말로 글은 시작합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검찰 참고인 조사. 얘기는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4년 9월 11일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 이범균 부장판사는 불법 정치관여 및 대선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로 판결합니다.

댓글 조작 등으로 정치에 관여는 했지만 대선엔 개입하지 않았다는 판결.

김동진 부장판사는 판결 이튿날,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해당 판결을 “궤변” 이라고 질타하며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의 통렬한 글을 올립니다.

글은 "판사와 검사의 책무는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것이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정치개입’을 한 건 맞지만 ‘선거개입’을 한 것은 아니라는 판결. 나는 어이가 없어서 판결문을 정독을 하였다. 판결문을 모두 읽은 후에 나는 이런 의문이 생겼다”

"이 판결은 정의(正義)‘를 위한 판결일까? 그렇지 않으면 재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심사를 목전에 앞두고 ’입신영달(立身榮達)‘에 중점을 둔 ’사심(私心)‘ 가득한 판결일까?"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그러면서 김동진 부장판사는 말을 가리켜 사슴이라 한 ‘지록위마(指鹿爲馬)’ 고사와 신뢰 없이는 존립할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얘기합니다.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김동진 부장판사의 ‘결기’를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부는 ‘결코 좌시하지 않습니다’. 징계위원회를 열어 법관 품위 손상 등을 이유로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내립니다.

재판거래 의혹 문건으로 들여다 본 김동진 부장판사 징계 막전막후는 이렇습니다.

2014년 9월 22일 김영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비위 법관의 직무배제 방안 강구 필요(김동진 부장)’ 이라는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의 지시를 메모합니다.

메모 작성 나흘 뒤 김 부장판사 소속 법원이었던 수원지법은 김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를 청구합니다.

징계 결정이 나오기 한 달도 더 전인 2014년 11월 7일, 법원행정처는 ‘김동진 부장판사 징계 결정 후 대응 방안’ 문건을 작성합니다.

해당 문건엔 징계로 인한 ‘이상행동’을 막기 위해 “지원장, 동기 부장들의 관심과 지원 필요” “지나친 위로로 오히려 반감을 사지 않도록 주의” 같은 ‘깨알 지시’들이 들어 있습니다.

징계 후에 김동진 부장판사는 실제 동기 판사들과 법원장의 ‘위로 방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어제 김동진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은 이 ‘재판거래’ 파문 법원 판 ‘막장 드라마’, ‘징계거래’ 의혹에 대한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은 소회와 단상을 남긴 겁니다.

“내가 그동안 잊고 지내던 기억을 하나하나 되새기면서 나의 맘은 점점 착잡해져 갔다. 내가 왜 아직껏 ‘법관’이란 직업을 유지하면서 이곳에서 구차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 이유도 잘 모르겠다”

"혹자는 나에게 재판거래 사태로 인하여 그나마 나의 명예가 회복된 것이 아니냐고 질문을 한다. 그런데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나 나는 의아함에 빠지곤 한다“

"왜 이런 질문을 하지? 나의 명예가 실추된 적이 없는데 어째서 나에게 명예가 회복되었냐고 질문을 하지?“ 라고 김동진 부장판사는 적고 있습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오늘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업무보고에서 “재판거래를 인정할만한 자료와 사정,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 해당 문건은 그저 사람들의 호감을 받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의 무슨 호감을 왜 얻으려 했는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다만 재판거래 사법행정권 남용 검찰 수사가 한창인데, 향후 검찰 기소로 법원에서 재판을 해야 하는데, 사법부 ‘넘버 2’ 법원행정처장이 “재판거래는 없었다”고 선을 그은 건 정말 부적절한 발언 아닌가 합니다.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큰 소리 치며 활개치는 세상에서 나는 아직도 살아가고 있다”

제 말이 아니라 김동진 부장판사의 말입니다. 오늘 '앵커 브리핑'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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