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대교에서 투신한 스튜디오 실장 정씨를 수색 중인 소방대원들. /유튜브 캡처
미사대교에서 투신한 스튜디오 실장 정씨를 수색 중인 소방대원들. /유튜브 캡처

[법률방송뉴스] 성추행 등 혐의로 유튜버 양예원씨로부터 피소당한 스튜디오 실장 정모씨가 사망하자 대검찰청의 성폭력 수사매뉴얼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스튜디오 실장 정씨는 오전 740분쯤 경기도 구리 암사대교 부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과 언론이 양예원씨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인다며 지난 9일 미사대교에서 투신한지 3일만이다.

스튜디오 실장 정씨는 유서에 저는 감금 협박 성추행 강요는 절대 없었으며 당당하게 진실이 밝혀질 거라 믿고 싶었지만 제 말을 믿지 않고 피해자라는 모델들의 거짓말에 의존한 수사 일부 왜곡 과장된 보도로 인해 사회적으로 저는 이미 매장 당했고 제 인생은 끝난 것입니다. 이러다가는 진실된 완결이 나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괴롭고 너무 힘들어 죽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한 억울한 누명은 풀리지 않을 것 같아 정말 살고 싶었지만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신경 많이 써주신 지인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정씨는 그동안 꾸준히 억울함을 호소하며 양예원씨를 무고죄로 맞고소하는 등 무혐의 입증을 위해 노력했지만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 마포경찰서 측은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특히 정씨가 사설 업체를 통해 양예원씨가 스스로 촬영 스케줄을 잡고 가불을 요청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카톡 내용을 복원해 언론에 공개했지만, 경찰은 이마저도 증거로서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양예원씨의 무고 혐의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이유는 용의자가 무고로 맞고소한 경우 성폭력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무고죄 수사를 하지 않도록 하는 대검찰청의 성폭력 수사매뉴얼때문이다.

양예원씨의 카톡 대화 내용 복원으로 사건 공방이 새 국면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무고 혐의 수사 조짐을 보이지 않자 정씨는 성폭력 수사매뉴얼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씨 측은 개정된 매뉴얼이 평등권을 침해하고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며 성추행 사건 수사 도중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청구 당사자인 정씨가 사망함으로써 심판은 종료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법률방송뉴스가 확인 결과 이미 지난 628일 정씨의 헌법소원은 각하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헌법재판소는 17일 공개한 재판 결정문에서 수사매뉴얼 규정은 성폭력 사건의 수사에 관한 검찰청 내부의 업무처리지침 내지 사무처리준칙에 불과할 뿐 법규적 효력을 가진 공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없다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 침해는 수사매뉴얼 규정에 의해 직접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수사매뉴얼 규정에 따른 수사기관의 수사중단행위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기본권침해의 직접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정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고 끝까지 조사에 임했다 해도 무고죄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을 운명이었다.

대검의 성폭력 수사 매뉴얼에 대한 국민청원이 빗발치고 있는 청와대 역시 늑장 대응은 마찬가지다.

17일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무고죄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합니다’ ‘대검찰청의 불법적인 성폭력 수사매뉴얼 중단을 요청합니다등 성폭력 수사의 문제점을 개선해달라는 요청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청원들은 각각 24618, 217143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명이 훌쩍 넘겼지만 청와대는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해당 청원들을 묵혀놓고 있다.

성폭력 수사매뉴얼은 최근 미투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가해자가 법을 악용해 역고소하는 경우를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무고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매뉴얼이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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