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어린 학생을 성적 노리개로" 징역 9년 선고
그루밍(Grooming) 성범죄... 길들여진 성폭력

[법률방송뉴스] 나이 어린 중학생 여제자를 수년 동안 성적 노리개로 삼은 30대 중학교 교사에 대해 법원이 징역 9년을 선고했습니다.

오늘(17일) '앵커 브리핑'은 좀 낯선 용어이긴 한데 ‘그루밍 성범죄’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전북 익산의 한 중학교 교사인 35살 A씨는 지난 2013년 12월 학교 1층 복도에서 당시 1학년이던 13살 B양에게 "패딩 점퍼가 예쁘다“며 접근해 ”패딩을 한 번 벗어보라“고 한 뒤 허리와 배를 만지는 등 B양을 성추행 했다고 합니다.

A씨의 추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듬해 2월까지 B양의 집과 자신의 차량 등에서 4차례 더 추행을 했다고 합니다.

급기야 A씨의 추행 행각은 성폭행으로 이어졌습니다. A씨는 2014년 4월 첫 성폭행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월까지 지속적으로, 4년간 모두 13차례에 걸쳐 B양을 성폭행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범행 장소도 B양의 집과 모텔, 승용차, 심지어 학교에서도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씨는 B양에게 “일일 부부 체험을 하는 거야”라며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더욱 경악할 일은 2014년 1월 결혼한 A씨는 결혼 3개월 만에 B양을 성폭행하기 시작해 심지어 아내가 아이를 낳아 병원에 입원한 상황에서도 B양을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짓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계에 의한 간음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1심 재판부인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이기선 부장판사)는 징역 9년에 20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제자인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교사임에도 중학교 1학년에 불과한 어린 학생을 성적노리개로 삼은 피고인의 범행은 그 죄질이 대단히 불량하다”고 A씨를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은 물론이고 피해자가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해 가는 데 큰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와 부모가 엄벌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이런 기사를 접하면, 한 두 번도 아니고 수년 동안 십여 차례에 걸쳐, 그것도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성폭행을 당했다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나 유형, 경향의 성범죄를 지칭하는 용어가 있습니다. ‘그루밍 성범죄’라는 용어입니다.

‘그루밍(Grooming)’은 마부를 뜻하는 ‘그룸(Groom)'이라는 단어에서 파생한 말입니다. 마부가 말을 빗겨주고 씻겨주고 보살펴준다는 뜻에서 확장돼 ’길들이기‘라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이 ‘그루밍’이라는 단어가 성범죄와 결합하면 ‘길들여진 성폭력’ 정도의 의미로 쓰입니다.

즉, 기존 권위나 신뢰를 바탕으로 의존적인 관계의 피해자를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착취하면서 이를 은폐하고, 이런 관계를 거부하거나 벗어나려 하면 회유나 협박으로 상대를 꼼짝달싹 못 하게 하는 아주 질 나쁜 성범죄가 바로 그루밍 성범죄인 겁니다.

선생과 제자, 의붓아버지와 딸 사이 성범죄가 대표적이 경우입니다.

한 시민단체 조사에 의하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경우 열에 4건 이상은 이 그루밍 성범죄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입니다. 

관련해서 A씨 재판부도 이번 사건에 대해 "특히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피해자의 취약한 심리 상태와 요구를 거스르기 어려운 상황을 악용한 일종의 그루밍 성범죄로 보인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그루밍 성범죄의 경우 표면적으론 성관계에 거부 의사를 보이지 않고 동의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몇 년 전 “연예인을 시켜주겠다”고 접근해 15살 여중생과 수차례 성관계를 갖고 임신·출산까지 시켰지만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주장한 40대 연예기획사 대표 사건입니다.

1, 2심은 "중학생이 부모 또래이자 우연히 알게 된 남성과 며칠 만에 이성으로 좋아해 성관계를 맺었다고 수긍하기 어렵다“며 1심은 징역 12년, 2심은 징역 9년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은 그러나 “유일한 직접 증거인 A양의 진술을 선뜻 믿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고 검찰의 재상고에도 결국 무죄로 최종 확정 판결했습니다.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대법원 판결문에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는 표현입니다. 

법리와 상식의 간극. 최고법원인 대법원 판결에 토를 다는 건 아니지만 법리가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듭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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