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증언 여과없이 공개... “김지은 스트레스로 입원 중”
영미법계 국가들 '성폭력 피해자 방패법'으로 '2차 피해' 차단
성폭력 재판 '2차 피해' 방지 위해 “법원 운영의 묘 필요”

[법률방송뉴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혐의 재판에서 증인이나 참고인들의 진술이 가감없이 언론과 일반에 공개되면서 김지은씨에 대한 이른바 '2차 피해' 논란이 뜨겁습니다. 

정당한 방어권 행사일까요, 무분별한 발언에 따른 2차 피해일까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장한지 기자의 심층 리포트입니다.

[리포트]

안희정 전 충남시자 성폭행 혐의 재판에서 안 전 지사 측 증인들은 김지은씨의 기존 진술을 뒤엎는 증언들을 쏟아냈습니다.

"안 전 지사가 위계에 의한 성폭행을 했다는 스위스와 러시아 출장에서 김지은씨가 ‘ㅋㅋㅋㅋㅋ’ 문자를 보내왔다", "안 전 지사에게 연심을 품었던 마누라 비서의 모습", "부부 침실까지 몰래 들어오는 이상한 여자"라는 등의 진술입니다.

'사실관계'에 대한 진술도 있지만, 일부는 '인상비평'이거나 추측성 발언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일단 성폭행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김지은씨의 평소 모습이나 언행 등 안 전 지사와의 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진술들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문정구 변호사 / 법무법인 한길]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여부를 판단하려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평소 관계가 중요한 판단 요소인데요. 그 피해자와 가해자의 공통된 사람들에 대한 증언은 사실 중요한 판단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는 공개재판으로 진행되면서 법정 증언 내용들이 여과 없이 언론을 통해 그대로 다 공개된다는 점입니다.  

관련해서 어제 재판에 김지은씨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심리분석가는 김지은씨의 현재 심리상태에 대해 "감내할 수 없는 스트레스로 '심리적 얼어붙음' 상태에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자신에 대한 평가 등과 관련한 법정 증언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김지은씨는 현재 극심한 스트레스로 병원 입원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피해자의 행실'을 문제 삼는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전형적인 '2차 가해'라는 게 여성단체 등의 주장입니다. 

[배복주 /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
“기사도 기사지만 기사에 달린 댓글도 문제이고, 사건하고 상관없는 감정적인 것에 기반한 증언이나 피해자의 사생활이나 개인정보 혹은 피해자의 행실 이런 대개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분석에 따르면 형사고소를 진행한 피해자 가운데 4분의 1이 ‘2차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형별로는 ‘피해자 비난이나 화간 의심’이 가장 많았고, ‘무시나 부정적 견해’, ‘합의 강요’, ‘사생활 침해’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성범죄 신고율을 높이고 이런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영미법 체계 국가에선 이른바 ‘성폭력 피해자 방패법’을 두고 있습니다.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피해자의 과거 행적이나 평판 등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질문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아예 강제하고 있는 겁니다.

[김익태 미국 변호사 / 법무법인 도담]
“피해자의 과거의 성적 행실에 대해서 증거로 제출할 수 없도록 만든 법인데요. 결국은 피해자의 사생활 그리고 특별하게는 재판의 쟁점이 되고 있는 성적인 사생활에 대해서 보호를 해주자는 것이죠.”

다만 이 경우에도 안 전 지사 재판은 안 전 지사와의 관계에 대한 증언이라는 점에서 ‘방패법’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결국 이번 사안은 ‘재판 공개의 원칙’이라는 사법 원칙과, ‘유명 정치인 성폭행 혐의 피해자 2차 피해 방지‘라는 특수한 케이스 사이에서 법원의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는 데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물리력이 수반되지 않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 재판에 시금석이 될 안희정 전 충남지사 재판은 재판 단계에서 ‘피해자 2차 피해 방지와 보호’라는 묵직한 화두도 함께 던져주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