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심쿵’ 이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심장이 쿵 떨어진다’는 말의 줄임말로 심장이 떨어질 만큼 놀라거나 떨린다는 뜻이라고 하는데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의 줄임말인 ‘케바케’ 같은 말도 있다고 합니다.
그럼 ‘계리’는 어떤 단어의 줄임말일까요. 다른 곳도 아닌 법전에 나오는 황당 줄임말입니다.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저녁이 있는 삶‘ 인가, ’저녁은 있지만 저녁밥은 없는 삶‘ 인가.
이 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작되면서 혼선도 적지 않고 이런저런 논란으로 뜨겁습니다.
주당 근무 시간, 월급, 수당 등과 다 연결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는 직장인들의 ‘마지막 보루’인 퇴직금과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이 퇴직금과 관련된 법이 바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입니다.
[직장인]
“그거는 회사를 다니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알아야 되는 게 권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당연히 알아야 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8조 운용관리업무에 관한 계약의 체결 조항입니다.
제1항 2조에 ‘연금제도 설계 및 연금 계리(計理)’ 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계리, 뭔가 연금을 관리하고 설계하고 뭔가 중요한 말인 거는 같은데, 정작 법조항을 보여줘도 뜻을 아는 직장인들은 거의 없습니다.
[직장인]
“아니요. 처음 들어봅니다”
[직장인]
“처음 보는 거 같아요.”
'계리(計理)'는 ‘셀 계(計)’에 ‘다스릴 리(理)’ 자를 씁니다. 계리, 계산하여 정리하다. 그냥 ‘회계처리’(會計處理)의 준말입니다. 거기다 사실 계리는 일본어 발음으로도 ‘계에리’라고 읽는 전형적인 일본어식 한자 표현입니다.
그걸 그냥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퇴직급여 보장법, 보험업법, 부가가치세법 등 우리 법전 이곳저곳 여기저기서 아무 생각 없이 계속 쓰고 있는 겁니다.
심지어 회계처리, ‘계리’를 업으로 하는 회계사들도 안 쓰는 말인데도 공인회계사법에도 여전히 계리라는 단어는 죽지 않고 살아있습니다.
[서원일 회계사/폴라리스 프라이빗 에쿼터]
“‘회계처리 하다’, ‘회계를 하다’라고 하지 ‘계리를 한다’라는 표현은 실무적으로 잘 쓰진 않거든요. 이 계리라는 단어 자체를 회계로 바꾸거나 회계처리로 바꿔도 전혀 문제가 없거든요.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회계처리, 계리. 네 글자를 두 글자로 줄여서 얼마나 ‘효율적’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안 줄이고 ‘회.계.처.리’ 네 글자를 다 써주는 게 백번 더 나아보입니다.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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