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모두 악마들"... '성접대' 강요 신인 여배우 자살
당시 성접대 용의자들 전원 "혐의 없음" 불기소 처분
검찰과거사조사위원회 "증거 판단 미흡, 수사 미진 해당"
수사 외압 여부 등 조사... "공소시효 지나 처벌 어려워"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조사위원회가 배우 고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본조사를 권고했습니다. ‘LAW 인사이드’, 신새아 기자와 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고 장자연씨 사건, 먼저 어떤 사건인지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볼까요.

[기자] 네, 지난 2009년 3월 당시 신인배우였던 장자연씨가 소속사 대표로부터 조선일보 사주 관계자 등 언론계와 재계, 금융계 유력 인사들에 대한 성접대 강요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인데요

장자연씨는 당시 일기와 메모 형식의 유서 여러 통을 남겼습니다.

“나를 노리개 삼아 오라, 가라, 벗어라. 나를 노리개 취급하고 사기치고 내 몸을 빼앗았다” 

"내가 꿈꾸고 소망하는 일이 잘 되게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꾀어서 내 몸에 개 같은 짓 다하고...“ 

소속사 사장을 지칭하며 “김 사장 아는 사람들은 모두가 악마, 악마들이야, 악마들. 그것도 완천 미친 악마 그런 거...” 등의 내용이 유서에 담겨 있었습니다.

[앵커] 당시 경찰에서 특별수사팀까지 꾸려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경찰 수사가 어떻게 끝났죠.

[기자] 네, 한마디로 전형적 용두사미 수사로 끝났는데요. 당시 성접대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지목된 인사들 상당수는 아예 조사 자체를 받지 않은 일도 비일비재했고요.

결국 경찰은 성접대 수사 선상에 올린 17명 중에서 5명만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그나마 검찰은 단 한 명도 기소하지 않고 그대로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소돼 재판까지 간 사람은 장자연씨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 등 단 두 명으로 그나마도 강요 등 혐의로 기소됐고, 성접대, 성범죄 얘기는 쑥 빠졌습니다.

[앵커] 성접대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건데, 성접대를 받은 사람은 없다는 결론이었네요.

[기자] 네,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고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수사 축소은폐나 검찰권 남용이 있었는지 다시 들여다본 배경이자 이유이기도 한데요.

그동안 고 장자연씨 사건이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고 장자연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취지의 청와대 국민 청원엔 20만 명 이상 넘게 동참하는 등 사회적 반향과 재수사 요구가 컸습니다.

또 검찰이 최근 장자연씨 성접대 관련 사건 당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전 조선일보 기자 조모씨에 대한 재수사를 벌여 조씨를 기소해 재판에 넘긴 것도 이번 검찰과거사위 본조사 권고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앵커] 조선일보 전 기자 조모씨 기소, 이건 또 뭔가요.

[기자] 네, 술자리 접대 자리에서 이 전 조선일보 기자 조모씨가 당시 장자연씨를 성추행했다는 혐의인데요.

당시 술자리에 동석했던 다른 동료 여배우가 당시 술자리 좌석 배치도까지 그려가며 구체적으로 조씨의 성추행 행위를 검찰에 진술한 건데요.

이 술접대 자리 고 장자연씨의 자리는 ‘테이블 위’ 였다고 합니다.

9년 전 경찰 조사 당시에도 이 동료 여배우는 비슷한 내용으로 진술했지만 사건이 덮이는 걸 보고 “무서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던 건가요.

[기자] 네, 오비이락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조선일보 기자 조씨의 경우 부인이 검사라고 합니다. 그래서 당시 수사 경찰 입에서 “조씨의 아내가 검사라서 수사가 어려웠고, 소환을 요구해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는 빙산의 일각이고 연루된 사람들이 이른바 ‘센 사람’ 들이다 보니 수사기관에서 알아서 눈치를 본 거 아니냐, 또는 외압에 굴복한 거 아니냐 이런 의혹과 논란들이 끊이지 않아 왔습니다.

[앵커] 검찰과거사위의 본조사 권고 결정은 이런 점들이 작용한 거겠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무슨 이유에서든 수사가 미진했다는 건데요.

검찰과거사위는 "일관성이 있는 핵심 목격자 진술을 배척한 채 신빙성이 부족한 술자리 동석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불기소 처분했다"

“증거판단에 미흡한 점이 있고 수사미진에 해당한다”고 본조사 권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앵커] 앞으로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네, 검찰과거사위 본조사 권고에 따른 검찰 본조사의 핵심은 ▲실제 '성접대'가 있었는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수사를 고의로 하지 않거나 미진했는지, ▲수사 외압이 있었는지 등이 될 걸로 보입니다.

다만 수사 미진 조사 과정 등에 범죄 혐의가 나오더라도 사건이 최소 9년 전 벌어진 일들이어서 웬만한 성범죄 공소시효는 이미 다 완성됐거나 완성되기 직전이어서 관련자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윤서영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윤서영 변호사/법률사무소 LNC]

“공소시효가 얼마 안 남아가지고 한 한달 정도 밖에 안 남아서 이제 이 사건이 이미 시일이 많이 경과하기도 한데다가 당사자가 사망한 사건이라서 조금 추가적인 증거가 모여지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앵커] 네, 처벌도 물론 중요하지만 고 장자연씨 사건, 장자연 리스트의 실체, 사건이 덮여졌다면 누가 어떤 세력들이 사건을 덮었는지 이제라도 진상이 밝혀졌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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