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욱 법무법인 담영 변호사

우리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진료비를 납부합니다. 그런데 환자는 진료비의 전부가 아닌 일부만 납부하고(이를 ‘본인부담금’이라 합니다), 나머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병원에 지급합니다(이를 ‘공단부담금’이라 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우리가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건강보험을 통해 징수되는 건강보험료를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법인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기에 공단(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의 지급범위를 면밀히 검토하여 규정합니다.

진료의 종류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요양급여비용을 규정하고, 그것을 심사하고 요양급여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통상 ‘심평원’이라 합니다)을 두고 있습니다.

2016년 1분기 기준, 전체 진료비 대비 공단부담금 비율을 나타내는 급여율은 74.6%(급여 항목의 경우)로, 병원 입장에서는 전체 수입의 3/4 상당을 환자가 아닌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아야 합니다.

만약 병원이 부당하게 요양급여를 과다하게 청구하거나, 요양급여의 대상이 아님에도 요양급여를 지급받았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지급한 요양급여의 반환을 명령하게 되고, 이를 ‘요양급여 환수처분’ 이라 합니다.

따라서 병원이 지급받을 요양급여를 평가,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실사를 통하여 병원 급여 청구의 적정성 등을 평가하고, 결정된 요양급여를 실제로 지급해 주고, 환수할 권한을 가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병원에 대하여 속칭 ‘슈퍼 갑’의 지위를 가집니다.

그래서 병원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여러 불합리한 행정 처리에 대해서 제대로 대항하지 못하거나, 대항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필자는 몇년 전 전국적으로 합계 40억원 상당의 요양급여 환수처분이 내려진 사건을 수임하여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소송에 참여한 111개의 병원들에 대한 환수처분 금액은 약 14억원 상당이었고, 11건의 행정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진행된 재판을 통하여 지난 2월 3일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환수처분을 취소하라’(즉,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수해간 요양급여를 다시 병원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고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환수해간 금액을 병원에 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내세우는 명분은 ‘실제 환수내역’과 ‘소송내역’이 불일치하여 이를 재산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황당한 변명입니다. 환수처분 취소소송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환수처분 금액’입니다. 이것이 소송물(소송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소송을 하였고,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환수처분 금액을 1원 단위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판단을 하였는데, 이를 감히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다시 판단해 보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더욱 웃기는 것은 법원이 인정한 ‘환수처분 금액’은 소송 도중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스스로 밝힌 금액이라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직접 밝힌 금액에 대해서 2년 넘게 재판을 하여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는데, 이제 와서 이를 모두 엎어버리겠다는 것입니다.

병원에 대한 ‘갑질’에 취해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도를 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40억원 상당의 위법한 처분이 내려졌음에도 14억원 상당만 소송에 참여한 이유 역시, 병원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눈치를 보면서 감히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소송하는 것을 포기하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필자가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여러 병원 원장님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어떻게 감히 일개 병원이 공단을 상대로 소송할 생각을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병원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두려워하고 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갈수록 횡포를 부리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횡포는 최근 국회에서도 지적된 적이 있는데, 건강보험료는 2011년 5.64%, 2012년 5.8%, 2013년 5.89%, 2014년 5.99%, 2015년 6.07%, 2016년 6.12%로 매년 인상된 반면, 건강보험 보장률은 2009년 65%, 2010년 63.6%, 2011년 63%, 2012년 62.5%, 2013년 62% 등으로 매년 뒷걸음질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누적 흑자는 매년 증가하여, 2011년 1조 6천억원, 2012년 4조 6천억원, 2013년 8조 2천억원, 2014년 12조 8천억원, 2015년 16조 9천억원, 2016년 8월 기준 20조 1천766억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이러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횡포는 입법으로 제재를 가해야만 합니다. 환수처분 취소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 이를 반환하는 방법과 반환 기간에 대해서는 처분의 근거법인 국민건강보험법에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는 바, 이를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합니다.

아울러 동일한 환수처분에 대해서 일부라도 소송이 제기되어 위법하다고 판단된 경우에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병원에 대해서도 환수한 금액을 돌려주도록 하여야 합니다.

행정소송의 제소기간이 도과하였다고 하여 위법한 처분이 적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행정기관(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서는 당연히 직권으로 위법한 처분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행정청은 언제든지 처분의 ‘직권취소’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행정기관에 그러한 의지가 없다면, 이는 당연히 입법을 통하여 법률로서 강제하여야 합니다. 이것이 법치행정에 부합하고,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대법원보다 위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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