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병철 회장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노조는 절대 안 된다"
고용 승계 없는 기획폐업, 노조 주동자 재취업 방해, ‘노-노 갈등’ 유발
눈에 흙이 들어간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여전한 노조 와해 공작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삼성 노조와해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오늘(27일) 오전 경찰청 정보국 한남동 정보분실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과 경찰청 정보국이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요. '앵커 브리핑', 오늘은 삼성 무노조 경영 얘기 해보겠습니다.

정보와 수사, 경찰권력의 근간을 이루는 양대 축입니다. 그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경찰청 정보국 한남동 정보분실이 오늘 검찰에 털렸습니다.

RO라고 부르는 경찰청 정보국 소속 노동 담당 정보관 김모씨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에 관여한 정황을 잡은 검찰이 정보분실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나선 겁니다.

노동 담당 정보관으로 오래 근무한 김씨가 금속노조 집행부 동향 등 경찰 수집 정보를 삼성 쪽에 전달하는 등 노조 와해 공작에 ‘협력’ 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입니다.

검찰은 관련해서 김씨가 삼성에서 수천만원을 수수한 정황도 잡고 대가성 여부도 수사할 방침입니다.

공권력의 상징이랄 수 있는 경찰 정보를 돈 주고 사설탐정 고용해 부리듯 뽑아 먹은 삼성.

아무리 ‘관리의 삼성’이라지만 삼성은 도대체 어디까지 ‘관리’를 한 것일까요.

앞서 오늘 새벽엔 삼성 노조와해 공작에 깊숙이 간여한 혐의로 노무현 정부시절 김대환 당시 노동부장관의 정책 보좌관을 지낸 송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송씨는 2014년부터 최근까지 삼성전자와 노무 관리 자문계약을 맺고 ‘노조활동=실업’ 이라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의 수법으로 노조와해 대응전략을 짠 혐의입니다.

고용 승계 없는 협력사 기획폐업, 노조 주동자 재취업 방해, 노조원 차별로 ‘노-노 갈등’ 유발 등의 공작 전략이 모두 송씨 머리에서 나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법원은 “범죄 혐의 대부분이 소명됐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습니다.

검찰은 송씨와 삼성을 연결한 ‘고위 인사’가 있다고 보고 삼성전자서비스 모기업인 삼성전자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검찰 수사로 그 실태가 일부 드러나고 있긴 하지만 삼성의 노조 와해는 사실 누구나 아는 하지만 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지나온 ‘오래된 역사’입니다.

삼성 ‘무노조 경영 노조와해’의 시초는 1977년 ‘제일제당 미풍공장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40년도 더 전의 일입니다.

미풍제당은 이병철 회장이 미원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백색 조미료 공장입니다.

여성 노동자 1인 최저생계비가 4만 5천원 정도이던 시절, 미풍공장 노동자 초임은 최저생계비 절반도 안 되는 2만 176원이었습니다.

이에 13명의 미풍제당 여성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합니다.

제일제당은 이들 여성노동자들의 친인척까지 겁박하는 등 온갖 방법으로 결국 11명을 노조에서 탈퇴하게 만듭니다.

제일제당은 탈퇴한 노동자들을 식당에 모아놓고 ‘노조탈퇴 만세’를 외치게 하는 ‘승전식’을 거행합니다.

노조에 남은 두 명의 여성노동자에게 어떤 핍박과 수모가 가해졌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가장 비열했던 건 동료 노동자에 의한 노동자에 대한 탄압.

“야, 이 미친X야‘ 같은 욕설은 기본, 물을 뿌리고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쥐고 흔드는 등의 폭력이 다반사로 벌어졌습니다.

결국 한 사람은 사표를 냈고 다른 한 명은 해고됐습니다. 삼성이 자랑하는 무노조 경영 ‘제일제당 미풍공장 사건’입니다.

1987년 6월 항쟁 민주화 바람을 타고 불어온 노조 설립 열기도 삼성만은 어쩌지 못했습니다.

복수노조가 허용되지 않던 시절, 삼성은 노조 설립 직전 이른바 어용노조를 먼저 등록, 노조 설립을 원천 차단하는 창의적인 꼼수를 부립니다.

이런 식의 삼성의 노조와해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앞서 지난 2월 검찰이 다스 소송비 대납 관련 삼성전자 본사 등 압수수색 과정에선 인사팀 직원 외장하드 4개에서 6천 건이 넘는 ‘노조와해 공작 문건’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는 절대 안 된다”던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무노조 경영 유지에 따른 일입니다.

이병철 회장의 눈에 흙이 들어간 지도 수십년이 지났지만 삼성의 불·탈법적 무노조 경영은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 노조가 ‘절대선’ 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노조도 반성하고 변화해야할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 점을 다 감안해도 다만 노조 설립 자체를 이런 식의 불·탈법적 방식으로 방해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노동3권을 명시한 헌법에 위배되는 반헌법적, 초헌법적 행위입니다.

아무리 초 글로벌 기업 삼성이라도, 누구도 헌법 위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노동자 10명 가운데 1명만 노조에 가입돼 있습니다.

노동조합 조직율 OECD 평균의 3분의 1수준 정도 밖에는 안 됩니다.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같은 북유럽 선진국은 70%가 넘습니다.

검찰의 발본색원 수사와 삼성의 전향적인 변화를 기대해 봅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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