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 현장기획, 오늘(20일)은 ‘나이’ 얘기 해보겠습니다.

보통 나이를 물어보면 ‘한국식 나이’를 얘기해야 하는지 서양처럼 ‘만 나이’를 얘기해야 하는지 머뭇거리거나 잠시 고민하신 경험들 다들 있으실 텐데요.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판에 ‘한국식 나이 계산법 폐지 요청’이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고 합니다. 장한지 기자의 리포트 보시죠.

[리포트]

[문지영(52) / 서울 성동구]
“(실례지만 나이가 현재 어떻게 되세요?) 54세요. (만 나이로는 그럼 어떻게 되세요?) 행정적인 나이 말씀하시나요. 67년생 52세.”

[이광용(31) / 인천 연수구]
“(실례지만 현재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32살이요. (만 나이를 말씀하시는 건지?) 만 나이는 31살이요.”

나이를 물어오면 한국식 나이를 말해야 하는지, 만 나이를 말해야 하는지.

일상생활에서 나이 말할 때 이런 고민해본 경험들 다 있으실 텐데요. 실제 우리나라엔 나이를 계산하는 방식이 세 가지나 됩니다.

우선 태어나면서부터 한 살을 먹는 이른바 ‘한국식 나이’입니다. 엄마 뱃속에 있는 열 달도 나이로 보는 동양식 세계관의 반영입니다.

이 한국식 나이는 이른바 ‘세는 나이’로 단위는 보통 ‘몇 살 몇 살’ 할 때 ‘살’을 씁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나이지만 서양인 눈에는 신기하거나 이해가 안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밸러리(28) / 영국]
“저는 28살입니다. (한국 나이를 아시나요?) 알아요. 뭐 말씀하시는지. 나는 아마 29살이 되겠네요. 이것은 조금 이상해요.”

[에밀리아(17)·알밧(17) / 스웨덴]
“이것은 진짜 헷갈리게 만들어요", "부모님에게 이것을 말했을 때 ‘이거 완전 이상하다’고 말했어요.“

다음은 흔히 ‘서양식 나이’라고 하는 ‘만 나이’가 있습니다.

이 만 나이 계산은 태어난 시점을 기준으로 0세부터 시작해서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한 살씩 먹는 방식입니다. 단위는 ‘세(’歲)가 통용됩니다.

만 나이를 쓰는 경우는 우리 민법이 대표적으로 만 19세를 기준으로 성년과 미성년을 나눕니다.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민법에선) 만 19세가 되면 성년이라고...”

마지막으론 한국식 나이와 서양식 나이의 중간쯤에 위치한 ‘연(年) 나이’가 있습니다. 0세로 시작해서 생일 도래 여부와 상관없이 해가 바뀌면 한 살씩 먹는 방식입니다.

연 나이를 채택한 경우는 청소년보호법이나 병역법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병역법 제2조는 “‘○○세부터’란 그 연령이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를, ‘○○세까지’란 그 연령이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를 말한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나이를 계산하는 방식이 3가지나 되다보니 동일인인데도 나이가 많게는 두 살까지 차이가 나는 등 이런저런 혼선과 불편함이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안기훈 고려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
“의학적으로 어떤 시술을 하거나 결정할 때 만 나이를 쓰고 있기 때문에 본인 (한국식) 나이랑 만 나이랑 불일치함으로 인해서 약간 불편함 이라든가 정보의 오류가...”

같은 동양권이지만 일본은 1950년 이후, 중국은 문화대혁명을 지나면서, 북한도 1980년대 이후부터 ‘만 나이’만 쓰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린징 / 중국어 학원 강사]
“중국 전통 나이 계산 방식에 따라 연 나이를 사용해왔으나 최근 서양문화의 영향을 받아 점점 많은 사람들이 만 나이를 사용합니다.”

OECD 국가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식 나이 계산.

관련해서 어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한국식 나이 계산법 폐지를 요청드린다”는 청원글이 올라왔습니다. 한마디로 국제 스탠더드에도 안 맞고 ‘불편하다’는 겁니다.

[김익태 미국변호사 / 법무법인 도담]
“미국에 살면서도 한국 사람을 만나면 우리식으로 나이를 얘기를 해야 되는... 합리성에 기초한 나이 계산으로 볼 때 다분히 조로(早老)화 된 나이 체계가 아닌가...”

일상생활에서 통용되는 나이와 법적인 나이, 법적인 나이도 어떤 법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나이. 어떤 게 진짜 내 나이일까요. 뭔가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개선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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