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진을 찍었던 김부선씨(왼쪽)와 주진우 기자. /김부선 페이스북
함께 사진을 찍었던 김부선씨(왼쪽)와 주진우 기자. /김부선 페이스북

[법률방송뉴스] 주진우 기자가 배우 김부선씨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과의 사이에서 사과문을 대필해준 이유에 대한 증언 글이 나왔다.

지난 18일 김모 전 시사인 편집국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근성과 자긍심을 지키려 노력하며 살아온 한 기자의 명예가 지난 2주간 헌신짝처럼 짓밟히는 것을 보며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진우 기자가 김부선씨의 폭로전에 언급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재명 당선인에 대한 언급으로 곤란해진 김부선씨가 먼저 언론인 출신 선배인 A씨에게 도움을 청했고, A씨는 명예훼손 소송에 전문가인 주진우 기자를 김부선씨에게 소개해줬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A씨와 주진우 기자는 김부선씨의 주장 외에 다른 사실을 아는 바가 없고, 이미 상황이 많이 꼬인 상태여서 돕는 과정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주장은 지난 11일 시사평론가 김용민씨가 “주진우 기자는 진실을 모른다”고 주장했던 발언과 같은 맥락이기도 하다.

이어 김씨는 “주진우 기자가 선거 기간 관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해 이재명 당선인의 김부선 스캔들에 대해 침묵했고, 현재는 관련 의혹에 대한 경찰 조사가 시작됐기 때문에 더욱 관련 발언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결국 주진우 기자가 이재명 당선인과 김부선씨 사이에 끼어든 것은 이 당선인의 사주가 아니라 김씨의 사정이 딱하게 돼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씨는 소 취하 이후 김부선씨가 고맙다는 말을 전해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김씨의 주장이 맞다면 주진우 기자가 사과문을 대필해줄 당시 김부선씨가 왜 “평소와 달라 이상했다”며 통화내용을 녹음했는지, 또 김부선씨가 “평소 주 기자와 친해 먼저 도움을 요청했다”고 했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특히 주진우 기자는 김부선씨와 사과문 내용을 조율하면서 이 당선인의 답문 내용까지 직접 불러주고 SNS에 올리는 시간까지 조절했다는 점에서 “김씨의 요청에 도움을 준 것뿐”이라는 주장에 의문을 더하고 있다.

아래는 김씨의 글 전문이다.

 

6.13 선거를 앞두고, 김영환 경기지사 후보가 이른바 김부선-주진우 녹취록을 공개하고 난리가 난 직후 A선배로부터 카톡이 왔다. “내가 김부선을 상담해 주라고 주진우에게 부탁했던 건데, 일이 이렇게 돼 버려 너무 속이 상하다”는 내용이었다.

‘이건 무슨 얘기지?’ 싶어 A선배에게 확인전화를 걸었다. 그렇잖아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김부선씨와의 소송전에 왜 주기자가 끼어들었는지 혼란스럽던 참이었다. 선배의 얘기를 듣고 나니 의문이 풀렸다. A선배가 김부선씨에게 전화를 받은 것은 2년 전이었다고 한다. 당시 SNS상에 이재명 시장에 대한 비난글을 올렸다가 소송 위협을 당하게 된 김부선씨가 동향 출신이자 전직 언론인인 A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A선배가 “나는 소송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주기자를 소개해 줬다는 것이다.

그 얘길 들으니 주기자가 이 문제에 끼어든 경위가 이해가 됐다. A선배는 나를 비롯한 후배기자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는 언론계 대선배이다. 나라도 A선배 부탁이라면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주기자는 소송에 대처하는 법에 대한 책(<사법활극>)을 펴낼 정도로 여러 차례 소송을 당한 전력이 있는지라 명예훼손 소송에 관한 한 준 전문가라 할 수 있다.

나중에 <시민일보>가 공개한 녹취록을 보니 김부선씨도 이재명 시장과의 소송 건이 불거졌을 때 자기가 먼저 주기자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었다. 곧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처럼 주기자가 이 문제에 끼어든 것은 이재명 시장의 사주를 받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김부선씨와 그녀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A선배의 부탁을 받아서였던 것이다.

A선배에 따르면, 소송 관련 도움을 요청할 당시 김부선씨는 무척 겁에 질려 있었다고 한다. 2013년 이재명 시장과의 스캔들이 불거졌을 무렵 본인 스스로 페이스북에 “이재명 시장과는 딸 양육비 문제로 자문을 구한 일이 있을 뿐이며 다른 관계는 없었다. 이재명 시장에게 미안하다”라고 해명한 전력이 있었던 만큼 법정에서 이 문제를 다투게 되면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조언을 주변에서 들었기 때문이다.

“김부선씨는 이미 구속 전력이 있었던 터라 가중처벌이 될 것을 두려워했다. 감옥에 가기 싫다며 펑펑 울었다. 딸도 있는 사람이 구속되는 것은 막아야 할 것 같았다”라고 A선배는 말했다. 이에 주진우 기자에게 “김부선을 좀 도와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고, 김부선씨 또한 이런 과정을 알고 있었기에 소 취하 결정이 난 뒤 주기자와 A선배에게 고맙다는 뜻을 전해왔다는 것이다.

이재명-김부선. 두 사람간 관계의 진실을 나는 모른다. 내가 아는 바로는 A선배나 주진우 기자도 김부선씨의 주장 외에 다른 사실관계를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 만큼 본인의 SNS 진술 번복 등으로 이미 상황이 꼬일대로 꼬인 2016년 상황에서 두 사람이 김부선씨를 돕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거라는 게 내 나름의 추측이다.

이제 두 사람 주장의 진실을 가리는 일은 경찰로 넘어갔다. 그런 만큼 주진우 기자가 이 문제에 대해 쉽게 입을 열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거 때까지는 유권자와 사건 관련자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침묵해야 했다면, 선거 이후로는 경찰 조사가 시작된 상황이니까.

주기자가 늘 정의롭고 신중한 판단을 하는 기자는 아닐지도 모른다. 이런 일에 끼어든 것 자체가 기자로서 적절한 행위였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근성과 자긍심을 지키려 노력하며 살아온 한 기자의 명예가 지난 2주간 헌신짝처럼 짓밟히는 것을 보며,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을 무릅쓰고, 내가 알게 된 팩트를 공유하고자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아무쪼록 진실의 법정에서 모든 사실관계가 투명하게 밝혀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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