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유튜브 캡처

[법률방송뉴스] 미국 법원이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한 삼성전자(회장 권오현)에 4천억원을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 1심 배심원단은 지난 15일 삼성전자와 KAIST 간 특허 소송에서 삼성전자가 특허를 침해했다는 평결을 내렸다. 

삼성전자가 이 기술이 특허임을 알면서도 사용료를 내지 않고 써왔다며 ‘고의 침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1심 판결에서 ‘고의 침해’가 인정될 경우 삼성전자의 배상액은 최대 1조2천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통상 배심원 평결을 판사가 뒤집는 사례가 많지 않아 1심 판결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불리한 평결을 막기 위해 특허권자가 재직했던 경북대에 특허권 맞소송을 부추기는가 하면, 산업통상자원부에 ‘산업 기술 무단 유출’ 혐의를 조사하도록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허는 이종호 서울대 교수가 2001년 발명해 2003년 미국에서 특허를 낸 ‘벌크 핀펫’으로, 전력을 덜 쓰면서도 모바일 기기를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교수는 카이스트의 자회사 KIP에 특허 권한을 양도해 둔 상태로, 인텔은 2012년 100억원의 사용료를 내고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KIP는 삼성전자가 2015년 갤럭시S6부터 이 기술을 써놓고도 특허권료를 내지 않았다며 2016년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에 특허 침해 소송을 낸 바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요청한 KIP의 ‘산업 기술 무단 유출’ 혐의는 산업기술보호법을 근거로 하고 있다.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국가 핵심기술을 외국기업에 매각·이전할 경우 산업부 심의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송에서 궁지에 몰리자 직원에게 '기술 유출' 누명을 씌우거나, 피해자 흉내를 내는 과거 대기업들의 불법 행위를 삼성전자가 답습한 것이다.

국가정보원 역시 민주화 이후 '산업 기밀 보호'를 명분으로 기술 유출 혐의를 악용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측은 지난 12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핀펫 기술은 삼성전자 임직원의 연구로 개발한 자체 기술이며, KAIST IP의 기술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반도체업계 전반에서 핀펫 기술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어 업계는 이번 소송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퀄컴과 글로벌파운드리 등도 이 기술 특허를 침해했지만, 아무런 배상을 하지 않아 소송이 확대되면 이 교수와 KIP 측이 거둘 특허권 수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심 판결에서 최종 패소할 경우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인텔은 100억 특허권을 지불하고 사용했는데 삼성은 한국내의 일개 교수의 특허쯤이야 하는 우월적 자세로 얕보다가 크게 당한꼴”이라며 “재벌기업들의 불법 행위는 거의 비슷하지만 삼성의 못된 행태는 특히 나쁘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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