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조항 '위기', 맡길 위(委)에 버릴 기(棄)... '소유권을 넘기다'의 뜻
부동산 중개업자도 법무부 관계자도 몰라... 황당한 법률용어 바꿔야

[법률방송뉴스]

‘위기’ 라는 단어를 들으면 아마 백이면 백명 다 ‘위험한 고비나 시기’를 뜻하는 위기를 떠올리실 텐데요.

우리 민법에도 이 ‘위기’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익히 아는 위기와는 전혀 다른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뜻의 위기라고 합니다.

어떤 뜻인지 보시겠습니다.

‘위기’의 민법.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6·13 지방선거가 집권여당의 싹쓸이 압승으로 막을 내린 가운데 포털에서 ‘선거’와 ‘위기’라는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해 봤습니다.

‘위기의 한국당’, ‘위기의 보수’ 식의 제목을 단 기사들이 죽 뜹니다.

위기, 위험하거나 어려운 상황이나 처지, 일반 시민들도 당연히 ‘위기’ 하면 이런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민]

“위기는 기회라고 들었어요. 리스크(risk)가 있는 상황 뭐 이렇게...”

민법 제299조 '위기에 의한 부담면제' 조항입니다.

“승역지의 소유자는 지역권에 필요한 부분의 토지소유권을 지역권자에게 위기하여 전조의 부담을 면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승역지, 지역권, 위기... 도통 무슨 말인지, 뜻을 알면 아는 게 더 신기할 지경입니다.

일단 민법 해당 조항 ‘위기(委棄)'는 ‘맡길 위(委)’에 ‘버릴 기(棄)’ 자를 씁니다.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맡기어 버리고 돌보지 않음’ 정도의 뜻이 됩니다.

한자를 알아도 무슨 뜻인지 종잡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시민]

“거 잘 모르겠는데. 위기? 이거 위임할 ‘위’ 자에다가 포기한다는 ‘기’ 자인데. 이런 건 안 쓰는데...”

‘토지소유권’ 등의 단어가 나오는 걸로 봐서 뭔가 부동산을 사고파는 것과 관계된 조항인 것 같은데,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 중개업자에게 해당 조항을 보여주며 ‘위기’의 뜻을 아는지 물어보겠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자]

“오래돼서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처음 보신 거?)

"예...잘 모르겠어요.”

심지어 오는 8월 국회에 쉬운 우리말로 전면 개정한 민법 개정안을 내겠다는 법무부 담당 관계자도 이 ‘위기’가 무슨 뜻인지, 어디서 온 말인지 알지를 못합니다.

[법무부 관계자] 

“어... 저도 근데 단어의 유래나 그런 거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고 있진 못하기 때문에...”

‘검은 것은 글자요, 흰 것은 종이’ 라고 해도 조금도 과해 보이지 않는 황당하고 어려운 법률용어.

이제는, 이제라도 좀 알기 쉽게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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