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특조단, 형사조치 ‘불가’에서 입장 선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문건 전부 공개’ 법원행정처에 요청

[법률방송=전혜원 앵커] 앞서 연이어 전해드렸는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 기자회견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이슈 플러스', 장한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오늘(1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한다는 말을 하기는 했는데, 이걸 ‘사과 기자회견’으로 봐야 할까요, 어떤가요. 

[기자] 네, 일단 송구하고 사과한다는 말을 하긴 했는데 그게 상당히 애매합니다. 일단 직접 들어보시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제가 있을 때 법원행정처에서 뭔가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그런 지적이 있었고 그러한 지적에 대해서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제가 그걸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통감을 하고 있고 그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께 정말 송구스럽다고 사과 말씀을 드리고...”

[앵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을 떠오르게 하는데 어떤가요. 

[기자] 마치 본인의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일과 파문에 대해서 “나는 잘 모르겠지만, 문제가 있었다면 사과한다”는 식으로 타자화해서 남의 얘기 하듯 사과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 “법원 조직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건전한 조직이라고 저는 확신한다”는 등 어떻게 보면 현재 파문 사태와 동떨어진 인식을 보이고 있기도 한데요. 

이 때문에 많은 곳에서 재판거래 논란을 잠재운 게 아니라 불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신업 변호사의 말을 한 번 들어 보시죠.

[강신업 변호사 / 법무법인 하나]

“오늘 해명이라든지 사과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래서 결국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협조를 한다든가 이런 것은 어려워 보이고 결국은 실체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강제 수사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

[앵커] ‘강제 수사로 갈 수밖에 없다’ 의미심장해 보이는데. 대법원 입장도 확연히 변화가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양승태 사법부 재판거래 의혹을 조사한 특조단 단장인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오늘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서요. 의혹 관련자에 대한 형사 조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법리구성을 달리하거나, 깊이 있게 검토하거나, 새로운 사실이 추가되거나 하면 얼마든지 형사조치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조사결과 뚜렷한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해서 고발 등 형사 조치를 하지 않겠다던 기존 특조단 입장과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앵커] ‘새로운 사실이 추가되거나’ 라는 구절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데, 전국법관대표회의가 4백여건의 의혹 문건 전부를 공개하기로 의결했지요.

[기자] 네, 오늘 아침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지난달 29일부터 3일 동안 진행된 내부 투표 결과, 재적 과반수이상 투표, 과반수이상 찬성에 따라 ‘410개 문건의 제출’, 즉 공개를 법원행정처에 요청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판사회의 측은 오늘 중으로 법원행정처에 문건 사본을 달라고 공식 요청할 계획입니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공개를 의결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부분도 다시 검토하겠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공개될 경우 문건의 파괴력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어떤가요.

[기자] 네, 비공개 문건 가운데 제목만 알려진 문건만 봐도 ‘청와대 민주적 정당성 부여 방안’, ‘세월호 사건 관련 적정 관할 법원 및 재판부 배당 방안’ 등 그야말로 법원은 말할 것도 없고요.

나라 전체가 들었다 놨다 할 정도의 사태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문건들입니다. 문건 공개를 요구한 판사회의 관계자의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전국법관대표회의 관계자]

“국가 원수들도 잘못하면 처벌 받잖아요. 대통령들도. 대법원장이 당연히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당연히 누구도 어떤 사람도 법 위에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니까...”

[앵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오늘 기자회견이 본인에게 길이 될지 흉이 될지, 법원은 나아가 대한민국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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