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 본격 수사 앞두고 자료 제출 여부 '고심'
헌재, 국회에는 소추사유 입증계획 등 제출 요구

헌법재판소는 1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수명재판부 명의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와 서울중앙지검에 관련 수사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배보윤 헌재 공보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수명재판부 명의로 특별검사와 서울중앙지검에 관련 수사기록을 송부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특검 수사와 관련 사건 재판이 진행되기 전에 수사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법 제32조는 '재판부는 다른 국가기관에 심판에 필요한 기록을 송부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해서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

 

이정미 재판관과 이진성 재판관, 주심 강일원 재판관 등 수명재판부는 양측에 수사자료 일체를 요청했다. 특정 자료를 요구하거나 제출 기한을 두지는 않았다. 

배 공보관은 "(재판관 회의에서) 입증 취지나 검토 요지 등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현행법상 수사나 재판이 시작되면 관련 기록 제출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전에 기록을 확보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 역시 변론 절차인 증거조사 과정에 법원과 검찰에 수사자료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두 기관 모두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헌재는 이에 따라 특검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에 자료를 요청하기 위해 수사기록 송부 요구를 서울중앙지검에는 이날 오후 5시3분 팩스로 송달하고, 특검에는 오후 4시57분에 교부 송달했다. 만약 특검이나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 등으로 기록 송부를 거부할 경우 헌재는 그 이후에도 기록 확보 방안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헌재의 송부 요구에 검찰과 특검이 보일 반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하며 수사를 마무리한 만큼 협조적인 반면, 본격 수사를 앞두고 있는 특검은 수사기록 송부에 조심스러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검은 대신 직접 수사기록을 넘기는 것보다 법원이나 국회 등을 통한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검사 역할을 하는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이 특검에 기록 사본을 요청하고, 이를 다시 헌재에 넘기는 방식이다.

특검팀의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공문이 접수되면 내부 회의를 거쳐 (헌재의 수사기록 요청에 대한 특검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도 "헌재의 요청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과 특검이 헌재의 기록 송부 요구에 응할 경우 헌재는 수사기록에 대한 복사본으로 원본과 같은 효력을 갖는 인증등본 방식으로 수사기록을 받게 된다.

배 공보관은 "재판을 진행하는 데 있어 증거에 의해 판단해야 하고 사실을 입증할 만한 결정적 증거인지 등은 구체적으로 재판부가 진행하면서 판단할 것"이라며 "일단 (탄핵심판 사건과) 관련되는 증거는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대로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또 이날 수명재판부 명의로 탄핵심판 청구인인 국회에 탄핵소추사유 입증계획과 관련한 증거목록 제출을 요구하는 준비명령을 내렸다.

탄핵심판은 준비절차를 앞둔 재판부가 당사자들에 주장 요지 및 입증취지 등이 기재된 서면 제출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관련 절차를 준용한다. 헌재는 준비절차기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절차 진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양측의 계획 등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배 공보관은 "청구인인 국회에만 입증계획과 증거목록을 21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고, 피청구인인 박 대통령 측에는 동의 의사만 묻는 식"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19일까지 준비절차기일 지정 등이 포함된 양 당사자 의견이 도착하면 다음주 중 준비절차기일을 잡을 방침이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